미국서 내부 회의로 결론,하나금융도 1조원 깎는 것 포기
론스타 수익률 연 20%대 될듯.연 40%넘던 뉴브릿지,칼라일 등 해외PEF에 비해 수익률 저조
금융당국 조건없는 강제매각 안내리면 론스타 다시 소송하기로

론스타가 재상고를 포기했다.하나금융도 외환은행 인수 가격 협상에서 사실상 론스타와 합의를 이뤄냈다.외환은행 인수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13일 론스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론스타가 미국 시간으로 12일 미국서 내부 회의를 거친 결과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상고 기한인 13일 자정까지 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론스타가 법원 판결에 재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론스타의 유죄는 사실상 확정됐다.금융당국도 조만간 론스타에 대해 대주주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강제매각 처분을 내릴 전망이다.하나금융과 론스타간 계약도 11월말까지 유효하기 때문에 이 때까지 금융당국이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 론스타는 한국을 8년만에 떠나게 되는 것이다.

◆하나금융,론스타와 막판 가격협상 절충

지난 12일 저녁늦게까지 하나금융측은 론스타와 가격 협상을 벌였다.

협상이 결렬되면 론스타는 재상고를 하겠다고 으름짱을 놨다.하나금융측은 결국 당초 1조원 정도를 깎는 방안을 내심 노려왔지만 과도하게 인수가격 인하를 요구할 경우 론뵀린� 재상고 카드를 꺼내 인수를 장기 표류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가격 조정에 양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주가 급락과 가치 하락을 근거로 인수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12일 현재 외환은행 주가는 7590원으로 지난해말(1만1800원)에 비해 30~40% 하락했고 계약서 상 매매단가(주당 1만3390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 7월 론스타와 외환은행 주식 51.02%(3억2904만2672주)에 대한 매매 계약을 11월말까지 연장했던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고가 인수 논란을 막기위해서 계약상 매매 대금인 4조4059억원에서 1조원을 내린 3조4059억원으로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복안이었다.매각 대금을 1조원 깎으면 주당 매매 가격은 기존 1만3390원에서 22.70%내린 1만350원이 된다.

하지만 론스타 측은 현재 외환은행 주가 하락이 기존 계약상 매매대금을 크게 바꿀 요인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론스타측은 “기존 계약서상에는 은행산업 전반적인 위기나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외환경이 급변할 때 인수가격을 조정할 수 있게 했지만 현재와 같은 시점에선 매매대금을 조정할 계약서상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더구나 론스타의 재상고 가능성도 하나금융을 압박했다.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지난 12일 “론스타가 재상고를 할 경우 은행법상 강제매각을 위한 조건인 ‘대주주의 처벌 받은 사실’을 입증할 수 없게 된다”며 “이럴 경우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하나금융측은 과도한 인수 가격을 낮추기보다 계약서상 가격에서 소폭의 조정만을 하기로 전략을 바꿨다.인수실사 과정에서 나온 가치를 현 주가가 받쳐주지 못하더라도 현 인수금액을 주고도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시너지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론스타 측도 상고를 제기 할 경우 검찰에서 맞대응해 상고를 할 수 있어 상고 접수 후 철회를 할수도 없어 상고 결정을 앞두고 끝까지 고심을 하다가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 팔고 나가는 것이 급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협상의 주도권은 론스타가 아닌 하나금융이 줄곧 쥐고 있었다.하나금융 입장에선 급할 것이 없었다.기존 계약대로 인수대금을 줄 지, 아니면 깎아 줄 지 모두 하나금융의 선택에 달린 일이었다.하나금융의 경우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해도 되지만 론스타의 경우 외환은행 매각을 포기하는 것은 그룹 전체의 생사가 갈릴 정도의 큰 난제로 자리잡고 있었다.

실제 론스타가 가져갈 수익률은 역대 해외 사모투자펀드(PEF)의 은행 매각 수익률에 비해 큰 것은 아니었다.

과거 칼라일은 한미은행을 2000년 11월 4890억원에 인수했다.이후 2004년 5월.만 3년 5개월만에 6600억 정도의 수익률을 거뒀다.그동안 배당금도 370억원이었다.7000억원 정도의 수익을 3년 5개월만에 거둔 것이다.수익률 143%이었고 연 평균 40%가 넘는 수익률을 보인 셈이다.뉴브릿지 캐피탈 역시 1999년 12월 제일은행을 5000억원에 사들였다.이후 2004년 12월 1조6500억원에 팔았다.5년간 수익률은 230%.연 평균으로는 46%인 셈이다.

론스타는 2003년 8월에 외환은행을 인수해 총 2조1240억원을 투자했다.투자금외에 그동안 배당과 매각 이익을 합쳐 4조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보면 8년간에 200%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연간으로 25%수준에 불과하게 된다.역대 해외PEF의 은행 매각 수익률 중 가장 낮은 것이다.국민 정서상 론스타가 4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냈다는 측면에서 곱지 않은 시각을 보이는 것은 맞지만 해외PEF로서는 상당히 낮은 수익률을 거둬 트랙레코드의 큰 오점을 남기게 된 것이다.론스타는 이번에도 외환은행을 매각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게 되고 향후 론스타의 다른 사업에도 상당히 큰 차질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측됐다.실제 투자자들의 배당 요구와 자금 회수 압박에 못 이긴 론스타는 지난 7월 하나은행으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02% 전체를 담보로 만기 5년,대출 금리 연 6.7%를 조건으로 1조 5000억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금융당국, 결단만 남아

앞으로 금융당국은 론스타에 대해 강제매각 처분을 내릴 전망이다.시기는 오는 19일이나 내달 2일과 16일 중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강제매각 처분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다.강제매각에는 가격이나 매각 방식에 대한 조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론스타가 재상고를 안하면 적격성 심사에서 부적격으로 결론이 날 것이기 때문에 주식 처분명령을 내릴 것이고 어떻게든 법적으로 6개월내 팔고 나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법적으로 금융당국이 시장 가격으로 매각하라는 식으로 매각 방식에 대해 결론을 내릴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다만 금융당국이 11월말까지 결론을 안내리면 이후 계약은 하나금융,론스타 어느 일방이 깰 수 있다.

론스타는 이번엔 한국 정부를 다시 믿어보기로 결정했다.론스타측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여러차례 매각을 이유없이 미뤘지만 이번에는 매각이 법과 원칙대로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킬 경우 강력히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론스타측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매각 처분에 대해 조건을 달거나 심사를 이유로 승인을 지연하는 것에 대해 “정부기관의 행정행위가 무제한적이진 않다”며 “합리적 기준에 따라 결단을 내리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지난해 11월 이후 금융당국이 승인을 미뤄 10개월째 매각 작업이 표류했다”며 “2005년 국민은행에 매각 추진시엔 6개월간,2008년 HSBC에 매각 추진시에도 12개월간 정부가 승인을 미뤄 (론스타가)막대한 물적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