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이대로 가면 스팩은 고사된다”“외국기업 IPO(기업공개)는 더이상 하기 힘들다”

국내 증권사 IB(투자은행) 대표들이 금융 당국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금융감독원이 12일 주최한 국내 10개 대표 IB 증권사 수장들과의 모임에서 이들은 “시장도 어려운데 과도한 규제가 금융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최근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반발했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다.한 증권사 IB본부장은 “불법적 우회상장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스팩이 불리한 가치평가 방식 탓에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며 “가치산정 방식을 보다 자율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작년 11월 우회상장 규정이 크게 강화되면서 애꿎은 스팩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증권사 IB부문 대표는 “지금과 같은 가치산정 방식을 감독 당국이 고수한다면 무리해서까지 스팩 합병을 추진할 생각이 없다”며 스팩의 청산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외국기업의 IPO때 주관사가 지분 10%를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주관사가 일부러 공모가를 낮게 할 여지가 있어 외국기업 입장에선 한국 시장을 꺼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한국거래소는 최근 주관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외국기업 IPO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또 IPO 공모주의 20%를 의무적으로 개인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조항도 폐기할 것을 주문했다.이 조항은 지분을 분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인데,굳이 개인에게 공모주를 팔지 않아도 효율적으로 지분 분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금융위원회에서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채권 인수에 관한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도 일부 증권사 IB 본부장들은 ”채권 인수시 실사 강화안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연수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업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