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소득세의 40%를 상위 1%가 부담하고 있다. 기업인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성공하고 뉴욕이 발전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존 폴슨 폴슨앤드코 회장)

미국 국민의 99%를 대변한다는 구호를 내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대에 맞서 '1%'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부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한 일방적인 매도가 용인하기 힘든 수준에 달했다는 것.에릭 캔터 미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공화당 대선주자인 허먼 케인 등에 이어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열심히 일하는 월가 사람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고 용납할 수도 없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소득세 40% 내는 1%에 격려는 못할 망정…"

◆1% "우리도 할 말은 하겠다"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폴슨 회장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회사 명의로 성명을 냈다.

그가 이끄는 폴슨앤드코는 350억달러의 자산을 굴리는 세계 4위의 헤지펀드다. 폴슨은 뉴욕 맨해튼의 부촌인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살고 있다.

그는 성명에서 "뉴욕의 상위 1%는 세금을 통해 뉴욕 모든 시민들에게 막대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폴슨앤드코의 임직원들은 미국에서 소득세율이 가장 높은 뉴욕주와 뉴욕시에 수백만달러의 세금을 납부했다"며 "성공한 기업인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뉴욕에 남아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폴슨은 이날 월가 시위대가 자신의 집이 있는 어퍼이스트사이드로 항의 행진을 계획하자 맞대응 차원에서 성명을 냈다.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 등을 통해 "1%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고 싶은가? 세금 한 푼 내지 않으면서 직원은 해고하고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도 정작 자신들은 보너스 신기록을 세우는 은행과 기업 임원들의 집 앞에서 행진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약 450명의 시위대는 이날 오후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과 뉴스코프의 루퍼트 머독 회장,거대 에너지기업인 코크인더스트리의 데이비드 코크 부회장 등의 집 앞에서 행진하며 "은행은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우리는 직장을 잃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폴슨 회장의 집도 지나갈 계획이었지만 행진 경로에서 떨어져 있어 실제 방문하지는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왜 은행가와 기업인 비판하나"

블룸버그 뉴욕 시장도 폴슨 회장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이날 브롱스의 한 도서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가가 내는 세금으로 이 도서관을 지은 것은 물론이고 교사와 경찰관과 소방관들의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의 시위와 관련해 "다이먼 회장은 가장 훌륭한 은행가 중 하나로 뉴욕의 어떤 뱅커보다 더 많은 기여를 했다"며 "그의 집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위대가 왜 부유한 은행가와 기업인만을 타깃으로 삼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며 "큰돈을 버는 사람들 중에는 배우도 있고 운동선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기업가 출신의 허먼 케인은 최근 WSJ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실패했다고 해서 성공한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된다"며 "이것이 내가 이 시위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캔터 원내대표도 최근 공화당 집회에서 "미국 스스로에 상처를 내고 있다"고 시위대를 비판했다.

지난 10일 시카고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시카고상품거래소 창문에 '우리는 1%다'라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시위대가 지나가는 길 쪽에 걸린 플래카드는 누가 만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ABC 방송은 "시위대의 타깃인 '상위 1%'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