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中企 법인세율 인하는 '단비'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기치로 출범한 현 정부의 조세정책 기조는 적극적인 감세다. 감세정책을 통해 가계소비를 활성화시키고 투자를 촉진해 저부담,고투자,고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감세 정책은 재정지출과 함께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이 지나면서 세계경제에 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취했던 막대한 재정지출의 부작용으로 주요 선진국들은 재정위기에 직면했고 이로 인해 세계경기가 위축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내수부진, 수익성 악화에다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대기업에 유리한 거래 환경 등으로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달 7일 재정 건전성 제고와 중소 · 서민경제를 적극 지원하기 위한 '2011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금년 세법개정안은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중소 · 서민경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글로벌 재정위기의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정균형성을 달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추가 감세를 지속키로 한 결정이다. 당초 내년 시행예정이었던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에 대한 추가 감세는 국가 재정건전성 문제와 감세 효과가 대기업에 집중된다는 '부자 감세' 논쟁으로 세율 인하가 불투명했었다. 매년 투자계획 등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혼란을 줄 수 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기업 중 95% 이상이 중소기업이라는 것이다. 감세 철회 시 이들 기업의 세부담 증가로 투자유보와 고용 감소 등의 부작용이 우려됐었다.

다행히 정부는 과세표준 2억원 초과 500억원 이하의 중간세율 구간을 새롭게 신설했고,이 구간에 대한 법인세율은 22%에서 20%로 인하해 사실상 대다수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은 예정대로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이 제외돼 'MB노믹스 절반의 포기'라는 논란도 제기됐지만, 좋지 않은 경기 상황에서 균형 재정을 추구하는 동시에 경제활성화의 주역으로서 중소기업의 성장동력을 확충하고자 하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최근 경기회복세가 둔화됨에 따라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실적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에서 이번 법인세 인하 조치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고 그에 따라 우리 경제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우리나라와 인근 경쟁국인 대만,홍콩,싱가포르 등은 최근 법인세율 인하를 통해 자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만은 25%에서 17%로 인하했고,홍콩은 17.5%에서 16.5%로,싱가포르는 20%에서 17%로 각각 낮췄다. 이들은 중소기업 경영환경과 경쟁력이 우리나라보다 우수한 국가들이다. 우리나라의 이번 법인세 인하는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지원 측면에서 적절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개별 중소기업에 대한 세율의 인하는 장기적으로 국가 세수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세율 인하 정책과 중소기업의 투명 경영 의지가 융합된다면 추가적인 세원 발굴로 이어지고 이는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 법인세 인하가 입법으로 확정될 때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는 중소기업의 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유도해 서민경제 안정과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조치임을 감안할 때 장기적인 시각에서 정부의 소신 있는 정책 추진을 기대한다.

허광복 < 동덕여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