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른 유럽 변수에도 코스피지수가 비교적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호재와 악재에 '일희일비'하며 급등락을 반복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여전히 박스권 안에 있음에도 변동성이 줄어든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유럽이 본질을 직시하고 있다는 데서 찾고 있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슬로바키아 의회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안을 부결시켰음에도 약보합권에서 출발했다. 이후 낙폭을 다소 늘리기도 했지만 이에 대한 경계 매물보다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6일부터 나흘 연속 7.7% 급등, 이미 기술적 부담이 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EFSF 증액안은 이번 주 슬로바키아 의회 재표결에 부쳐져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슬로바키아의 제1 야당이 재투표에서는 EFSF 법안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재표결시 해당안이 통과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며 "트로이카(IMF·EU·ECB) 실사 결과에 따라 그리스에 6차 구제금융 지원분 집행도 유력해졌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유럽이 은행 구조조정에 핵심을 맞추고 있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시장이 가려워하던 곳을 긁어줌에 따라 악재에 대한 내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리스에 대한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 전략에서 은행 신용위기로 전염되는 것을 막자는 현실적인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시장에 안정감을 줄 수 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17~18일 예정됐던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23일로 미뤄진 것도 그 연장 선상에서 해석이 가능하다고 봤다. 유럽은행 자본확충 구제안과 EFSF 레버리지안 등에 대한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유럽사태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11월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전까지 포괄적인 대책을 내놓기로 합의한 만큼 진일보한 사태전개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위험을 나타내던 지표들도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코스피지수는 이미 저점을 형성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진단했다.

또 이는 향후 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임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600선대에서 바닥을 확인함에 따라 향후 국내자금이 적극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국내 주식형 펀드와 연기금 등 현재 대기 중인 자금은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바닥을 확인했다는 것은 지수 하단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명분이 생긴 것"이라며 "앞으로 증시 변동성도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기술적으로는 변곡점인 1850선과 지난달 초 고점인 1900선 전후까지의 반등세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가격메리트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에 근거한 트레이딩 전략을 유지해 나가는 것은 당분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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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