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억개의 눈동자가 이사람만 쳐다본다
지금 중국 13억 인구는 지방 관료출신의 키작은 남자 '시진핑'(58)을 주목하고 있다.

시진핑은 덩샤오핑 - 장쩌민 - 후진타오에 이어 2012년 당 대회때 차기 주석으로 뽑힐 인물로 점쳐지고 있다.

시진핑은 후진타오의 세력싸움에서 밀려난 장쩌민의 최종 히든 카드.

후진타오(공청단)가 권력을 잡은 후 장쩌민(태자당)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다. 더 나아가 후진타오는 자신의 세력 안정화를 위해 공청단 사람들을 핵심인물로 자리잡게 만들고 자신의 후계자로 공청단의 리커창을 앞세운다.

이때 장쩌민이 리커창의 경쟁자로 시진핑을 앞세운 것.

시진핑은 중국의 정치인 쩡칭훙과 함께 완벽한 태자당의 사람이다. 그들의 아버지는 시중쉰과 쩡산. 중화인민공화국 설립당시 건국공신이지만, 공청단이 세력을 확대하며 모함을 받아 권력에서 한발씩 물러났던 아픔을가진 인물들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시진핑은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시절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시골에서 지내야 했다. 또 아버지의 영향으로 정치계 입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시진핑은 이때의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이 리커창과의 대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한다.

시진핑과 리커창의 만남은 역사가 깊다. 15차 당대회에서 나란히 상무위원회 후보로 천거 받았던 것. 하지만 당시 장쩌민의 반대로 시진핑은 지방 파견을 선택한다. 후일을 위해 한 발자국 퇴보를 결정한 것이다.

이때 시진핑에 힘을 실어준 핵심적 인물이 쩡칭훙이다. 쩡칭훙은 후진타오에 의해 당대회 비서장으로 인명되지만, 장쩌민의 주장으로 은퇴하고 시진핑과 함께 후일 차기총서기직과 상무위원회 영입을 약속받는다.

시진핑이 2007년 가을에 열린 중국 제 17차 당대회 전까지 무명의 존재였던 것은 모두 이러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앙으로 나가 성공을 거둔 시진핑에 대해 일본의 중국 전문기자 소마 마사루는 극찬을 보낸다.

신간 '시진핑'(한국경제신문사)에서 소마 마사루는 "시진핑은 사려깊지만, 교활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시진핑은 상하이시 당서기였던 청량위가 비리 사건으로 낙마했지만 장쩌민의 활약으로 중앙정치 무대에서 다시 두각을 나타낼 기회를 잡는다.

이후 그는 리커창을 제치고 상하이 당서기로 발탁, 7개월 뒤에는 서열 6위로 등극하며 사실상 차기 주석으로 꼽히고 있다.

시진핑이 선망받는 이유는 그의 아내의 영향도 크다. 시진핑의 아내는 중국인민해방군총정치부 단장을 맡고 있는 중국의 대표 가수 펑리위안.

뛰어난 미모와 언변, 노래실력으로 중국인에게 사랑받고 있는 펑리위안은 결혼 발표 당시 중국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었다. 나이 많은 지방 관료와 최고의 톱스타와의 만남을 중국팬들이 믿지 못한 것이다.

26억개의 눈동자가 이사람만 쳐다본다
펑리위안은 25살때 주변인의 소개로 34살의 시진핑을 만났다. 시진핑과 펑리위안 모두 첫 만남에서 결혼을 결심할 만큼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는 후문.

펑리위안의 부모님의 반대에도 두 사람은 결혼에 성공하지만 계속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 것은 아니다.

펑리위안은 직업 특성상 남편과 떨어져 지내며 장거리 내조를 펼쳤다. 하지만 시진핑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지방의 아나운서와 불륜에 빠진다.

시진핑이 이 일로 불이익을 받게 되자 펑리위안은 남편을 적극 옹호하며 다시한번 '통큰 내조'를 보여줬다.

결혼당시 시진핑은 '펑리위안의 남편'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펑리위안이 '시진핑의 아내'로 불리고 있다.

시진핑과 리커팡의 정치대결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시진핑이 역전극에 성공했다'라는 평을 받고 있는 동시에 지난해 중국 공산당 4중 전회에서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선출받지 못하자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시진핑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염려한 공청단의 경계였던 것이다.

시진핑이 집권에 성공했을 경우 북한과의 관계에도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진핑은 한국전쟁 60주년 기념식에서 "위대한 항미원조는 침략에 대항한 정의로운 전쟁이다”라고 발언해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정당화시킨바 있다.

중국에서 한국전쟁은 '조국과 사회주의 진영을 지키기 위한 전쟁'으로 정의된다. 시진핑은 이러한 중국 분위기를 다시 한번 되새겼을 뿐이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북한을 두둔하는 이유는 북한을 외교적인 카드로 사용하면 일본과 미국, 한국 등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책의 저자 소마 마사루는 '시진핑'의 한국어판 출간에 추가 집필을 실시했다.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로 꼽히는 시진핑과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을 비교한 것.

저자는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의 지원 덕분이다"라며 "분단의 현실속에서 한국과 일본은 항상 중국의 태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6억개의 눈동자가 이사람만 쳐다본다
☞소마 마사루 相馬 勝

1982년 베이징어언대학 유학 후 중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 신문기자로 활동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및 하버드대학에서 공부한 뒤, 저널리스트로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 중국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서 현장감 있는 기사와 논문으로 정평이 나있다.

저서로 《악의 삼국지 :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공산당 정권이 무너지는 날》이 있으며 번역서로 《나는 외무성에 고용된 스파이였다》 등이 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