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 진정 … 다시 '장밋빛' 꿈꾼다
코스피지수가 유럽발(發) 훈풍을 타고 장중 180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의 매도 여력도 바닥을 찍은 것으로 분석돼 수급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외국인은 급락장에서 저가 매수를 통해 시가총액 보유비중을 오히려 크게 끌어올렸다.

11일 코스피지수는 28.58포인트(1.62%) 오른 1795.02에 마감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기로 합의하는 등 유럽 재정위기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자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3170억원)과 기관(2162억원)의 동반 매수에 힘입어 나흘째 상승했다. 지난달 22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18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현대모비스가 4.87% 오르는 등 시가총액 상위 15개 종목이 모두 올랐다. 외국인은 전기 · 전자(1104억원)와 운송장비(807억원) 업종을 주로 사들였다. 외국인은 지난 8월과 9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각각 4조6237억원과 1조2801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나 이달 들어 이날까지 순매도 규모를 395억원으로 줄였다.

외국인의 이 같은 행보는 글로벌 악재가 다소 누그러진 덕분이지만 매도 여력이 거의 소진된 데 따른 것으로도 분석된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달러로 환산한 외국인의 개별주식(프로그램 제외) 누적 순매수 규모(2010년 1월1일 기준)는 17억달러로 이전 저점인 지난해 9월 수준에 도달했다.

올초 108억달러에 달했던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는 지난 7월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급감하기 시작했다. 배재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외국인이 쌓았던 순매수 물량을 최근 다 처분했다"며 "향후 수급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보유비중(시가총액 기준)은 지난 5일 연고점인 33.2%(종가 기준)를 기록했다. 8월12일 31.69%로 추락했던 보유비중은 하락장에서 오히려 급등,지난 4일 33%를 돌파했다. 지난 1월3일(33.01%) 이후 9개월 만이다. 배 연구원은 "외국인은 낙폭이 컸던 정보기술(IT)업종 등을 저가로 꾸준히 매수했다"며 "비차익 매매로는 조용히 매수를 이어간 것도 이들의 보유비중을 끌어올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이 국내시장을 이탈하려고 했다면 이 같은 현상은 나타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주도주가 급락하자 자문형 랩이 투매에 나섰는데 이 물량을 외국인과 일부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