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띠도 없이 내주머니 털어 도우라니…"
"당원들이 마음대로 어깨띠를 두를 수도 없다. 의원들이 명함을 잘못 건넸다간 선거법 위반이다. 지원연설도 조심하라."

박원순 무소속 후보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민주당이 초반부터 난감한 표정이다. 자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를 못낸 서러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 존재감이 없어진 것도 씁쓸한데다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없어 주머니 돈을 써야 할 판이다. 게다가 자칫 잘못된 열의를 보였다간 선거법에 걸리기 십상이다. 선거운동 시작부터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당장 선거법 제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지후보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를 누비는 공식 선거운동원 등록부터 여의치 않다. 10 · 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사무원은 500여명이다.

다만 정당 소속 국회의원과 시 · 구의원,유급당직자들은 선거사무원에 등록하지 않아도 같은 당 소속 후보 지원을 위한 선거사무원 활동이 가능하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168명의 국회의원과 보좌진 당직자를 포함,선거운동원이 1500명에 달하는 셈이다.

반면 박 후보 측은 400명에 불과하다. 무소속인 관계로 민주당 등 다른 야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시 · 구의원들도 선거사무원으로 등록해야만 어깨띠를 두르고 운동을 할 수 있지만 숫자가 제한돼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박 후보측 인사들이 상당수 운동원으로 등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민주당측에 배분될 운동원 수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운동원 등록을 하지 않고 어깨띠를 두르거나 명함을 나눠주는 건 법 위반이다. 우상호 선대위 대변인은 "민주당 조직을 동원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며 "가지고 있는 무기라곤 입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입을 마음대로 놀렸다간 큰 코 다친다. 사람을 만나 개인적으로 표를 부탁하는 건 상관없지만 운동원이 아닌 의원이나 당원이 다중이 모인 자리에서 특정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간 선거법 위반으로 딱 걸린다.

민주당은 11일 87명의 국회의원 전원을 서울 권역별로 나눠 배치했지만 의원들은 사실상 자비를 들여가며 선거운동을 해야 할 판이다. 선거운동원이 아닌 경우 선거비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용한 선거비용 보전도 안 된다. 보좌진과 지역을 누벼야 하는 의원들이 사실상 자원봉사자가 된 셈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선거비용은 38억8500만원.15% 이상 득표한 후보는 선거비용 전액을 국고에서 보전받을 수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우리당 후보가 없다 보니 내 돈을 들여가면서 무소속 후보를 당선시켜야 하는 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 후보 선거지원 명목으로 지역구를 누비며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서울지역구 의원들에게는 그나마 위안거리다.

조직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열세인 박 후보 측은 네티즌의 SNS 지원과 진보진영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는 '멘토단'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젊은층에 인기가 높은 조국 서울대 교수를 비롯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인 공지영 작가,영화배우 문소리,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소설가 이외수,이창동 정지영 영화감독,임옥상 화가,정혜신 의사 등으로 '멘토단'을 꾸린 건 이런 이유에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