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부가 기존 스프링클러의 성능에 불만을 품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 내친 김에 특허권까지 따고 회사를 차렸다. 스프링클러와 호스 등을 만드는 레인버드(Rain Bird)의 이야기다.

1933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전 세계 13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2010년 1억2500만달러(1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250명에 불과한 직원들의 1인당 평균 매출이 5억원을 웃돈다. 한국 시장에서도 독주하고 있다. 이처럼 작은 규모의 레인버드가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뭘까? 그들만이 가진 독특한 제품개발 노하우에 답이 있다. 레인버드는 소비자들이 무엇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지 꿰뚫고 있다. '물뿌리개에 무슨 불편함이 그리 많을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 예로 장미과 식물은 물이 잎에 닿으면 갈색 점이 생긴다. 레인버드는 이를 고려해 장미용 특수 스프링클러를 개발해 잎에는 물이 닿지 않고 뿌리 쪽으로만 적당량이 스며들도록 했다.

레인버드는 소비자들의 세세한 불편을 어떻게 찾아낼까. 답은 간단하다. 그들은 소비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대리점주들을 만나 소비자 불편사항을 전해듣고 그 중요도에 따라 제품개발의 우선순위를 정했다. 그 결과 레인버드는 수도 비용을 줄여주는 스프링클러까지 개발했다. 한때 미국 정부는 물 사용량을 강력히 규제했다. 대리점주들로부터 이를 전해들은 레인버드는 곧바로 물 소비를 줄이는 제품 연구에 나섰고 상품화에 성공했다.

레인버드는 또 실패를 방치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를 응용한다. 몇 해 전 레인버드가 개발한 스프링클러 변환기 'DC-6'은 간편하고 효율적인 제품이었지만 잘 팔리지 않았다.

비록 레인버드는 일시적으로 실패했지만 새로운 교훈도 얻었다. 마케팅 부족으로 인해 단기적으론 판매가 부진했지만,시간이 지나면서 제품의 진가를 알게 된 소비자들이 제품을 찾게 되더라는 것이다. 레인버드는 이후 DC-6의 기능을 더 개선하고,제품 이름에도 어떤 성능을 갖췄는지 짐작할 수 있도록 '물줄기 변환(convert to drip line)'이라는 말을 붙여 히트작으로 만들었다.

레인버드는 끊임없이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는 새 제품을 개발한다. 지금까지 내놓은 제품은 4000여개가 넘고 특허도 130여개 이상이다.

레인버드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마케팅이나 세일즈에 집중한 나머지 가장 기본인 제품개발을 등한시하지는 않았는가? 기업 규모가 작다거나 자금이 부족하다는 등의 핑계를 대고 있지는 않은가? 레인버드처럼 소비자의 손이 갈 수밖에 없는 혁신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찾으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린다.

이계평 교수/이고운 연구원 gwlee@ig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