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사태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이 제시되면서 증시를 둘러싼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호전된 분위기는 코스피지수를 최소 1850선, 최대 1900선까지 밀어올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향후 다양한 이벤트와 변수를 감안하면 안도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증시가 박스권을 돌파하기엔 아직 재료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라운드 넘버'인 1800선을 단숨에 웃돌며 출발했다. 전날 20일 이동평균선(1762)을 다시 넘어선데 이어 강한 상승 탄력을 더하는 모습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차익실현 매물 부담을 감안하고도 1850선까지는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내놓은 유럽 은행의 자본확충에 관한 포괄적 합의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약발'이 검증된 방안이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금융위기 당시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은 신용 경색에 대응하기 위한 달러스왑, 부실자산 매입 프로그램 및 은행 자본확충,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순으로 나타났다.

이 증권사 전지원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정책 대응이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경로를 나타내고 있다"며 "현재는 주식시장의 공포심리가 진정되고 1차 반등을 시도하는 구간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시장은 민간에 대한 직접적인 처방이 나왔을 때 안정을 되찾았다"며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대처하면서 시장이 환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질적인 리스크가 민간 부문에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투자심리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얘기다.

임 연구원은 다만 "코스피지수가 1650선 부근에서 단숨에 150포인트 가량 오른 만큼 차익 매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또한 합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손실부담은 계속 안고가야 하기 때문에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고 판단했다.

14~15일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17~18일 브뤼셀 유럽정상회담,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결정과 옵션만기 등 국내외 이벤트도 다소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장 이날 밤에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안과 관련 슬로바키아의 의회 표결이 예정돼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슬로바키아의 의회 표결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며 "EFSF 증액안이 부결되더라도 다른 방법이 마련되겠지만 숨고르기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달 1900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중간 중간 숨고르기가 진행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할 것"이라며 "공격적인 매수보다는 일부 차익실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으로 강한 하방경직성을 바탕으로 주요 분기점인 1850선까지 추가 반등시도가 예상된다"며 "다만 기술적 반등 이상의 시장 에너지와 매매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은 트레이딩 전략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임 연구원은 "차익매물이 나올 것을 감안한다면 최근 반등세가 가팔랐던 IT(정보기술)와 은행주보다는 상대적으로 자동차 업종을 주목하는 것이 좋다"며 "낙폭과대주 중 순환매 차원에서는 장기적으로 소외받은 해운주가 낫다"고 추천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