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 위엄 그린 '국보급' 多 모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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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개관 7주년 궁중화가 그림대전
안견·김홍도·장승업 등 수작 110점
안견·김홍도·장승업 등 수작 110점
조선시대 화원(畵員)은 궁중 도화서에 소속된 직업 화가였다. 주로 왕실의 크고 작은 행사를 기록한 이들의 그림은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묘사,능숙한 솜씨를 자랑했다. 우리 고유의 회화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조선 500년 화단을 이끈 한 축이기도 했다.
안견 김홍도 이인문 변상벽 장승업부터 도화서 마지막 화원인 소림 조석진,심전 안중식까지 조선시대 화원들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삼성미술관 리움(서울 한남동)에서 오는 13일부터 펼쳐지는 개관 7주년 기념 특별전 '조선화원대전'에 왕실 행사와 왕의 초상화인 어진,공신상(功臣象)과 실용화,기록과 보존을 위한 의궤 속 그림,산수화 등 수작 110점이 나온다. 조선 화원들의 예술혼과 동시에 붓에 투영된 전통 문화 유산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
홍라영 리움 부관장은 "작가별 연대기적 구성에서 벗어나 화원들의 업적을 집중 조명하는 방식으로 전시 기법을 바꿨다"며 "일부 출품작은 갤럭시탭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디지털 캔버스에서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보물 1430호 '화성능행도'를 비롯해 단원의 '군선도',이명기의 '오재순 초상''강원도 지도''영조 어진''단원 풍속화첩' 등 국보 12점이 나오며 작가 리스트도 화려하다.
1890년대 말 고종과 명성황후 등 왕가의 행차를 그린 10m 길이의 채색화 '동가반차도(動駕班次圖)'가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태극기와 대포가 등장하고,인물들의 움직임을 개성적으로 묘사한 게 기존 행렬도와 다르다. 조선 말기 왕실의 위용과 이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한 화원들의 필력을 엿볼 수 있다.
젊은 시절 신선도로 이름을 날린 김홍도의 '군선도'와 '삼공불환도','송하매호도'도 모습을 드러낸다. 32세였던 1776년에 그린 '군선도'는 6m에 가까운 대작으로 거대한 화면에 신선들의 행렬을 담았다. 젊은 단원의 활발한 필치와 화면 전체에 흐르는 힘이 돋보인다. 단원은 대상에 대한 과도한 집중과 묘사를 피하고 실물 자체보다는 그것이 놓인 정경의 분위기를 포착해냈다.
삼성그룹이 예전에 VIP들에게 보내는 달력의 표지 작품으로 채택돼 화제를 모은 단원의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는 조선시대 최고의 호랑이 그림으로 꼽힌다. 적당한 여백을 두고 시원하게 상하로 뻗은 소나무 아래 호랑이를 배치한 것.늙은 나이에 호랑이 잔터럭까지 세밀하게 그려낸 단원의 세필을 엿볼 수 있다.
조선 중기 화원 김득신 등이 그린 화성행행도팔첩병(華城行幸圖八疊屛 · 일명 화성능행도)도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을 떠난 사도세자의 회갑을 맞아 1795년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함께 화성 현륭원에 행차한 장면을 그린 8폭짜리 병풍이다. 안정적인 구도와 온화한 색채가 궁중행차도의 품위를 더해준다.
단원의 전통 화원 화풍을 벗어나 중국 청대 회화의 영향을 우리식으로 해석한 장승업의 '영모도 대련(翎毛圖 對聯)'과 '유묘도(遊猫圖)'도 걸린다. '영모도 대련'은 농묵으로 그린 굵은 나뭇가지 위에 살기등등한 눈매의 독수리 한 쌍과 활짝 핀 꽃 위로 제비가 나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조선 후기의 미감을 유감없이 드러낸 작품이다.
임금님의 용상(龍床) 뒤를 장식하는 그림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도 놓칠수 없는 수작이다. 1900~1910년에 그려진 이 작품은 해와 달을 비롯해 다섯 개의 산봉우리,폭포,파도,소나무를 통해 국왕의 권위를 잘 묘사했다.
이 밖에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변상벽의 고양이와 까치 그림 '묘작도(猫雀圖)',초상화로 이름을 날린 이명기의 '오재순 초상',가을 단풍을 그린 안중식의 '풍림정거도(楓林停車圖)',자연 풍광을 문인화적 기법으로 그린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안견의 '적벽도',김명국의 '관폭도' 등도 조선 회화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전시는 내년 1월29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기간에 도화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강좌도 진행한다. 관람료는 어른 7000원,학생 4000원.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