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인들이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 잡아가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브레이크 풀린 '정치버스'의 돌진으로 아수라장이 될 판이다. 경찰이 한진중공업 노사 분규와 관련된 '희망버스'집회 불허 방침을 밝혔고 부산시민 등 각계 각층이 자제를 요청했지만,일부 영화인과 희망버스기획단은 이번 주말 영화제 기간 동안 각종 거리집회를 강행키로 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희망버스 행사에 동참하는 일부 영화인들은 행사장인 '영화의 전당'앞에서 1인 시위나 해운대 주변을 돌며 전단지를 배포할 계획이다. 해외 영화인의 희망버스 지지발언 같은 깜짝 쇼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초 8일부터 14일까지 '비공식 홍보부스'를 마련,한진중공업 사태에 개입할 계획이었으나 반대 여론이 만만찮은데다 홍보부스 마련이 여의치 않아 행사를 변경했다. 희망버스기획단도 8~9일 부산역에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까지 걷기 등 각종 가두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시위버스 행사를 지지하는 여균동 감독은 "8,9일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리는 행사에 국내외 영화인의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욕적으로 영화제를 준비해온 BIFF 측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영화제 집행부는 '영화제와 정치의 분리'라는 BIFF의 전통과 운영원칙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영화인끼리 나뉘어 대립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허남식 부산시장도 "문화축제의 장이 자칫 정치행사로 변질되고 영화인들이 서로 이념갈등을 빚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영도주민을 비롯해 일부 시민단체들은 "정치버스 행사를 막기 위해 물리력 행사도 불사한다"고 밝혀 충돌이 예상된다. 부산 불교계는 이날 "희망버스가 '절망버스'가 되어서는 안 되기에 200만 부산 불자는 한마음으로 5차 행사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은 시위버스의 부산역 집회를 불허하기로 했다. 경찰은 "같은 시간에 행사를 반대하는 단체가 먼저 집회신고를 해 희망버스 측 집회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