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앞두고 기존의 우리말 틀을 깬 신조어·유행어·은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는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사회현상이기도 하다.

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립국어원의 김세중 공공언어지원단장은 최근 방통위 공식 블로그인 '두루누리'에 올린 기고문을 통해 방송·통신 기술이 발달한 현재 유난히 신조어·유행어·은어가 난무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단장은 말은 사회 변화에 따라 바뀌는 특징이 있으며, 요즘의 신조어는 정보기술과 관련 있는 의미를 지니든 아니든 유통 과정에서 정보기술과 무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요즘 청소년은 과거엔 없었던 휴대전화나 인터넷, 메신저 등을 이용해 옛 사람들은 몰랐던 이모티콘을 만들어 쓰고 있으며, 정보기술이 발달할수록 신조어·유행어·은어의 생산·전파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조어는 줄임말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지못미'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솔까말'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넘사벽'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안습'은 '안구에 습기 차다'를 줄인 표현이다.

줄임말 외에도 신조어 탄생 배경은 다양하다.

'지르다'와 '신'을 결합한 '지름신', 사람이 바닥에 엎드린 모습을 일종의 상형문자로 표현해 '좌절'을 뜻하는 'OTL', 자판으로 '완전'을 치려다 실수한 말인 '오나전', '후덜덜'을 간략히 표현한 'ㅎㄷㄷ' 등이 있다.

김 단장은 "신조어는 단순히 말장난일 뿐인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말이 필요하니까 생긴 것이고, 그런 말의 필요성이 주위의 공감을 얻었기에 널리 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단장은 젊은 층은 동질감을 확인하고 소통하기 위해 신조어를 쓰지만, 해당 단어를 모르는 어른들은 불쾌함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누가 볼지 모르는 방송이 일부 계층에서만 쓰는 말을 쓰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로 젊은 층이 보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출연자들이 나이 든 사람들이 못 알아들을 수 있는 최신 유행어나 은어를 말하거나, 그것을 자막에 보이는 것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을 소외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