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이 추진하는 성장전략에 있어 최대 과제는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다. 차세대 성장엔진은 아니지만 앞으로 10년 동안 그룹의 명운이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는 게 삼성 안팎의 중론이다. 구글 HP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들의 움직임이 모두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 기업의 사활을 놓고 벌이는 특허분쟁도 결국 소프트웨어 시대 주도권 다툼이다.

이건희 회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부쩍 강조하는 것도 바로 소프트웨어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비교전시회에서 소프트웨어 기술과 S급 인재,특허를 서둘러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소프트웨어와 디자인,서비스 등 소프트 기술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필요한 기술은 악착같이 배워서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 확보를 위해선 사장들이 S급 인재를 뽑는 데 그치지 말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며 "소프트웨어 인력은 열과 성을 다해 뽑고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특허 경쟁의 시대"라며 "기존 사업뿐 아니라 미래 사업에 필요한 기술,특허는 투자 차원에서라도 미리미리 확보해 두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발언은 1993년 신경영 때 '앞으로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진다. 소프트웨어 인력 1만명을 모아라'고 강조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애플에 뒤지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8월에도 삼성전자 사장단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글로벌 IT시장 주도권이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넘어가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모토로라 휴대폰 부문을 전격 인수하고 세계 최대 PC제조업체 HP가 PC사업과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한다고 선언하는 등 글로벌 IT업계의 심상치않은 움직임에 대한 진단이다.

삼성은 이에 따라 앞으로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 · 합병(M&A)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 회장도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사장들에게 주문했다. 인재와 특허 확보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삼성은 올 들어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크리스 뱅글을 영입한 데 이어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 출신 량몽송을 스카우트했다. 특허 확보 측면에서도 작년 9조4000억원을 연구 · 개발(R&D)에 투자했으며 국내 특허 5795건,해외 특허 1만544건을 보유 중이다.

애플을 추월하기 위한 연합전선도 더 넓히고 전략도 적극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인텔,리눅스 재단과 손잡고 PC 모바일 TV 자동차를 아우르는 개방형 스마트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플랫폼 분야에서 '제3의 세력'을 구축한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구글 이외에 인텔이란 우군을 확보하는 효과도 봤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특허공유 협약을 맺었다. 로열티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MS와 '윈도폰'을 공동 개발하는 협력관계를 맺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