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서 유럽의 古城까지… 묵고 싶은 집 연결해 드려요"

Best Practice - 美 온라인 홈스테이 중개업체 에어비엔비

186國서 8만 5000여명 확보…고객이 원하는 스타일 집 소개
디자이너 꿈꾸던 창업자들, 3년만에 기업가치 10억弗로
실리콘밸리 투자자들 주목

에스키모들이 사는 이글루의 하루 숙박료는 얼마일까. 아침에 창문 사이로 얼굴을 들이민 기린을 보며 잠을 깰 수 있는 집에서 여름 휴가를 지내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의 나무 위 작은 집, 사막 한가운데 있는 허름한 움막, 유럽의 고성(古城), 초호화 요트에서의 하룻밤은 어떨까.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회사가 있다. 미국 온라인 홈스테이 중개업체인 에어비엔비(Airbnb)다. 이 회사 사이트에는 하룻밤에 186달러인 이글루도 있고, 6만5000달러짜리 오스트리아 고성(古城)도 등록돼 있다. 물론 평범한 주택도 있다. “북한을 제외하고 세계 어디에서나 묵을 수 있도록 고객들을 연결해준다”는 회사의 모토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에어비엔비의 사업이 가능한 이유는 단순한 민박 알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자신의 집을 남들에게 빌려주겠다고 등록하고, 원하는 스타일의 집을 찾을 수 있도록 전 세계를 연결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하우스 셰어링’이다. 현재 회사 사이트에는 186개국 1만6000여개 도시의 집들이 등록돼 있다. 회원 수는 8만5000여명에 달한다. 2008년 사업을 시작한 뒤 지난해부터 급성장하면서 지금은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회사가 됐다.

◆필요를 사업으로 만들다

조 게비어와 브라이언 체스키는 디자인 분야에서 미국 최고로 꼽히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학생이었다. 기타와 신발 등이 주요 디자인 품목이었다. 졸업 직후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디자인 수요가 많은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을 내기로 했다. 사무실 임대료가 비싸 그들은 아파트 한 채를 얻어 사무실로 꾸몄다.

2007년 어느날, 그들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디자인 연례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1만명 넘게 몰린 대형 행사였다. 그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묵을 숙소를 정하지 못해 투덜거리는 참석자들의 원성을 들을 수 있었다. 호텔방이 부족한 탓이었다. 방이 있다고 해도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다. 그들의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샌프란시스코에 자신들이 살고 있는 대형 아파트를 숙소를 구하지 못한 이들에게 빌려주자는 것이었다. 물론 목적은 돈이었다. 숙소가 필요한 참석자 몇명을 모았다. 그들에게 호텔보다 훨씬 싼 값에 남는 방을 빌려줬다. 1주일도 안 되는 사이에 그들은 1000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들의 사업가적 마인드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단기 임대를 대규모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들의 작은 성공을 토대로 ‘집을 비워둘 사정이 생긴 사람들과 숙박 수요자들을 연결시켜 보자’는 아이디어였다. 디자이너의 꿈은 잠시 접기로 했다. 곧장 새로운 사업 구상에 들어갔다. 이듬해에 관련 사이트를 열었다. 회사 이름은 에어비엔비로 정했다. 필요할 때는 바람을 넣어 사용했다가 평소에는 접어 보관하는 ‘에어베드(airbed)’와 ‘아침 식사(breakfast)’를 결합해 만든 것이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수요자들을 연결시켜 주면서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이다. 디자이너를 꿈꾸던 20대 젊은이들이 생각해낸 뜻밖의 아이디어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에어비엔비는 최근에는 영화배우 애시튼 커처 등으로부터 1억000만달러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기업 가치는 1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객 요구에 따라 사업을 확장하라

초기부터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게비어와 체스키는 ‘하우스 셰어’라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시장이 지나치게 작다며 등을 돌렸다. 고객을 늘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됐다. 그들은 디자이너다운 창의적 발상으로 이 숙제를 풀어냈다. 체스키는 “뉴욕에 있든 아일랜드에 있든 특정 브랜드의 호텔을 예약하면 다 거기서 거기인데, 색다른 체험을 할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전 세계의 독특한 집들을 소개해 호텔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을 고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새로운 전략이 나온 것이다. “호텔에 머물지 말라. 호텔만 아니면 어디든 좋다.(Dont stay hotel. Stay anywhere)”라는 에어비엔비의 또 다른 캐치프레이즈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었다. 호텔이 아닌 곳에서 머문다는 것을 불안해 하는 고객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에어비엔비는 고객들에게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의 집에서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데 주력했다. 우선 집 주인들에게 집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자신의 프로필을 사이트에 올리도록 했다. 에어비엔비는 회원으로 등록하고 실제로 머물렀던 사람만 글을 쓸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광고는 타이밍과 물량이다

에어비엔비의 사업에는 문제가 또 하나 있었다. 일시적으로 방문자가 증가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곧 떨어지곤 했다. 미국 벤처투자 기업인 폴 그레이엄은 에어비엔비에 해결책을 제시했다. “라면을 사먹을 수 있을 만큼만 돈을 벌어라”였다. 처음부터 이익을 많이 남길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투자자들로부터 유치한 자금 중 상당액을 투자해서라도 각종 광고 등을 통해 홍보에 주력하라는 뜻이기도 했다.

에어비엔비 창업자들은 그의 조언에 따라 작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사이트를 홍보하기 시작했다.공동 창업자 게비어는 에어비엔비의 또 다른 성장 비결로 독특한 기업문화를 꼽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120여명의 직원들은 월요일에 수염을 달고 미팅에 참석해야 한다. 매일 심각한 분위기로 회의를 하는 게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자는 취지다. 다양한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며, 그것은 즐거운 일터에서 나온다는 것이 창업자들의 생각이다. 이런 분위기를 조성한 뒤 에어비엔비는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예약건수는 2009년에 비해 800%나 증가했다. 포브스는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60만개의 방을 보유하고 있는 힐튼호텔보다 더 많은 방이 에어비엔비에 등록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