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덮친 패션…'예술' 벗고 '실용'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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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2012 봄·여름 파리컬렉션' 가보니
실험적 '작품' 대신 편안한 평상복 눈길
실험적 '작품' 대신 편안한 평상복 눈길
뉴욕과 밀라노 컬렉션과는 달리 '파리컬렉션은 아트'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만큼 풍부한 실험정신의 예술성이 강해 평상복으로 입기 어려운 디자인이 많았다.
지난달 말부터 5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번 '2012 봄 · 여름 파리컬렉션'은 달랐다. 유명 디자이너들이 더 이상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고 '바로 입을 수 있는 평상복' 의상을 쏟아냈다. 올해 파리컬렉션으로 본 내년 봄 · 여름에 유행할 여성복 패션 트렌드는 '화려하고 슬림한 여성미'였다.
◆꽃무늬 프린트가 포인트
이번 컬렉션에 신제품을 선보인 브랜드들은 저마다 화려한 프린트를 앞세웠다. 화려한 꽃무늬,실크 드레스로 유명한 레오나드는 복고풍의 수영복,통 넓은 원피스에 연보라색,겨자색,진홍색 등 화려한 색감을 입혔다. 레오나드 특유의 꽃무늬가 더 크고 화려해졌다는 평가다.
무채색 계열을 많이 선보였던 입생로랑 역시 이번엔 보라색,파란색,녹색 등 원색을 대거 내놨다. 자두색 비단 소재의 블라우스,파란색 치마 등이 눈에 띄었다. 르몽드 로이터통신 등 현지 언론은 "유럽 경제 위기의 여파가 패션에도 불어닥쳤다"며 "파리컬렉션이 일상으로 내려오고 화려한 복고풍 스타일도 함께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수석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가 유대인 차별 발언으로 해고당해 수석디자이너가 공석인 채 쇼를 선보인 크리스찬 디올은 부드러운 둥근 네크라인,정숙한 무릎 길이의 원피스 등 전형적인 '디올 스타일'을 선보였다. 무난한 평상복이면서도 기하학적 무늬,울긋불긋한 자수 등으로 화려함을 더한 제품이 주를 이뤘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좀더 위로 올라간 하이 웨이스트 치마,통이 넓어진 소매가 이번 디올 쇼의 특징"이라며 "수석 디자이너는 없지만 여전히 여성을 가장 멋지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심플하고 편안한 디자인'도 주류를 이뤘다. 딱히 유행을 타지 않을 법한 무난한 디자인을 택하고 그 위에 화려한 색깔과 프린트를 입히는 식이다. 에르메스 역시 헐렁한 상의,주름잡힌 치마 등 평상복 스타일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색상은 에르메스 고유의 오렌지색과 화려한 보라색,카키색 등을 사용했다. 로이터통신은 "긴 소매가 달린 외투,헐렁한 바지와 두건,굽 낮은 샌들 등을 선보인 에르메스는 마치 여행갈 때 입을 수 있는 옷 같았다"고 전했다.
◆각선미 드러낸 여성스러운 하의
상의는 풍성한 대신 하의는 짧고 슬림한 스타일이 많았다. 이자벨마랑은 기하학적 패턴의 화려한 프린트를 전면에 내세웠고 슬림한 바지,짧은 치마 등을 대거 선보였다. 상의는 굵게 짠 풍성한 니트를 매치해 여성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니나리치 역시 하이 웨이스트,핫팬츠 등을 메인으로 선보였다. 가슴이 많이 파인 화려한 꽃무늬의 원피스 등 하늘거리는 제품들이 많았다.
칼 라거펠트 디자이너가 꾸민 샤넬 패션쇼는 로맨틱한 인어공주를 연상시키는 무대였다. 복고풍의 헐렁한 투피스,조개 모양의 클러치,진주로 만든 벨트 등을 선보였다. 진주빛을 기본으로 한 파스텔 계열의 옷은 마치 해파리와 물고기 비늘을 떠오르게 했다. 상의는 큰 주머니 등을 달아 풍성하게 연출했고,하의는 짧은 길이로 많이 내놨다. 발렌시아가는 다리 전체를 드러낸 듯 짧은 바지와 어깨를 한껏 부풀린 재킷 등으로 남성스러움과 여성성을 동시에 살렸다.
파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