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MBA] 산학 협력·국제화…맞춤형 MBA로 글로벌 위기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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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인턴십 프로젝트
국제감각 키울 커리큘럼
실무형 인재육성에 초점
인성교육 통한 윤리 중시
'탐욕에 대한 경계' 강조
국제감각 키울 커리큘럼
실무형 인재육성에 초점
인성교육 통한 윤리 중시
'탐욕에 대한 경계' 강조
2008년 전 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 3년이 지났다. 금융시장의 경색은 실물 경제 위기로 이어졌다.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금융위기는 산업계에도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 여파는 산업계 인재를 길러내는 경영전문대학원(MBA)들에까지 미쳤다. 최혁 서울대 MBA 원장은 "생산-유통-마케팅이라는 전통적인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애플이나 구글 같은 새로운 유형의 기업들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모든 MBA들의 공통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우수한 두뇌의 해외 유출을 막고 한국의 경영 기법을 세계에 알리자'는 기치 아래 '한국형 MBA'가 출범한 지 만 5년이 돼 간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국내 MBA들의 변화를 짚어본다.
◆산학협력은 ‘필수’
MBA는 박사과정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경영학 석사와 달리 과정을 마치면 바로 현장에 뛰어들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낸다. MBA들이 기업 연계 과정을 강화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단순한 인턴십을 넘어 기업이 실제로 겪고 있는 경영 문제에 대해 MBA 커리큘럼에서 학생들이 해결책을 연구하는 산학협력 과정이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서강대 MBA는 기업이 내준 과제를 갖고 학생들 4명이 한 조를 이뤄 그 기업에서 직접 인턴으로 일하며 해결책을 찾는 ‘산학연계 인턴십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토탈에서 인턴십 프로젝트를 진행한 2학년 박지혜 씨는 “실무자들과 많이 만날 수 있어 단순한 인턴십에 비해 실무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잘 몰랐던 기업과 업계를 배운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
건국대 MBA는 기업체 임원들을 산학 겸임 교수진(11명)으로 초빙했다. 대부분의 강의를 기업 경영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구성해 학생들에게 신제품 개발, 마케팅 모델 도출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인성 교육 강화
글로벌 금융위기가 준 교훈 중 하나는 ‘탐욕에 대한 경계’다. MBA들 역시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연세대 MBA는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등정, 태국 해비타트(집짓기) 사회공헌활동 등 리더십과 팀워크를 높이는 과정을 도입했다. 학생들에게는 시험이나 보고서 작성 시 부정을 하지 않겠다는 윤리서약서를 받는다.
서길수 부원장은 “교육 과정의 변화만큼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과 학업 열의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KAIST MBA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적 책임에 맞게 교과과정을 재구성하고 있다. 2009년 ‘윤리 및 안전’ 과목을 신설, 학생들에게 연구윤리와 리더십에 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게 하고 있다.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학생들의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김경동 교수(전 한국사회학회장)를 주축으로 ‘한국의 비즈니스와 문화’, ‘한국의 발전과 사회변동’, ‘경영자를 위한 인문학’ 등의 강의를 마련했다.
◆‘국제화’ 커리큘럼 보강
국내 MBA 중 주간(풀타임) 과정들은 대부분 영어 강의 비중이 높다. 꼭 해외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국제감각을 키우는 것은 기업 경영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주요 MBA들은 학생들이 국제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해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아주대 MBA 학생 200여명은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해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홍콩 등지에서 ‘국제경영현장연구’ 수업을 들었다. 겨울방학에도 5~6개 국가 범위 내에서 희망하는 곳으로 현장실습을 나간다. 현지 기업과 정부투자기관, 다국적 기업, 한국 기업 등을 방문해 국제 비즈니스 감각을 키운다.
중국을 겨냥한 MBA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은 중국과학원 경영대학원(GUCAS)의 복수학위 취득이 가능한 중국 경영 MBA를 마련해 학생들에게 베이징자동차, QQ닷컴과 같은 중국 기업 인턴십 기회를 준다.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은 국내에서 1년, 베이징대와 푸단대 등에서 1년 등 2년간 강의를 듣고 두 학교의 학위를 동시에 따는 ‘차이나MBA’를 운영 중이다.
학제 개편도 눈에 띈다. 서울대 MBA는 2012학년도부터 글로벌과 SNU 등 주간 과정들을 기존 12개월에서 16개월로 확대했다. 늘어난 기간을 협력기업들과의 공동 프로젝트, 인턴십, 네트워크 형성 등으로 활용해 전문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국 MBA 선호도 상승
지난 8월 서울대 MBA 글로벌과정에 합격한 68명 중 외국인은 26명으로 38%에 달했다. 이들을 포함해 해외 대학 졸업자는 42명(60%)을 차지했다. 해외 대학 구성은 미국 코넬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UC버클리, 펜실베이니아대, 일본 도쿄대 등 명문대들이 대부분이다. 서울대 MBA 관계자는 “선진국 경기침체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MBA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력전환(MBA 이수 후 희망 직종으로 갈아타는 것)’이라는 MBA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도 국내 MBA가 해외 MBA 못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금융공학 MBA 졸업생 최철호 씨(37)는 한국체육대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했지만 현재는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채권운용팀에서 일하고 있다.
성균관대 SKK GSB에는 미국 뉴욕의 요리학교인 CIA 출신 요리사, 아프리카 관련 사회봉사단체에서 6년간 일하던 사회복지사 등이 다니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우수한 두뇌의 해외 유출을 막고 한국의 경영 기법을 세계에 알리자'는 기치 아래 '한국형 MBA'가 출범한 지 만 5년이 돼 간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국내 MBA들의 변화를 짚어본다.
◆산학협력은 ‘필수’
MBA는 박사과정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경영학 석사와 달리 과정을 마치면 바로 현장에 뛰어들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낸다. MBA들이 기업 연계 과정을 강화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단순한 인턴십을 넘어 기업이 실제로 겪고 있는 경영 문제에 대해 MBA 커리큘럼에서 학생들이 해결책을 연구하는 산학협력 과정이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서강대 MBA는 기업이 내준 과제를 갖고 학생들 4명이 한 조를 이뤄 그 기업에서 직접 인턴으로 일하며 해결책을 찾는 ‘산학연계 인턴십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토탈에서 인턴십 프로젝트를 진행한 2학년 박지혜 씨는 “실무자들과 많이 만날 수 있어 단순한 인턴십에 비해 실무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잘 몰랐던 기업과 업계를 배운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
건국대 MBA는 기업체 임원들을 산학 겸임 교수진(11명)으로 초빙했다. 대부분의 강의를 기업 경영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구성해 학생들에게 신제품 개발, 마케팅 모델 도출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인성 교육 강화
글로벌 금융위기가 준 교훈 중 하나는 ‘탐욕에 대한 경계’다. MBA들 역시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연세대 MBA는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등정, 태국 해비타트(집짓기) 사회공헌활동 등 리더십과 팀워크를 높이는 과정을 도입했다. 학생들에게는 시험이나 보고서 작성 시 부정을 하지 않겠다는 윤리서약서를 받는다.
서길수 부원장은 “교육 과정의 변화만큼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과 학업 열의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KAIST MBA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적 책임에 맞게 교과과정을 재구성하고 있다. 2009년 ‘윤리 및 안전’ 과목을 신설, 학생들에게 연구윤리와 리더십에 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게 하고 있다.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학생들의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김경동 교수(전 한국사회학회장)를 주축으로 ‘한국의 비즈니스와 문화’, ‘한국의 발전과 사회변동’, ‘경영자를 위한 인문학’ 등의 강의를 마련했다.
◆‘국제화’ 커리큘럼 보강
국내 MBA 중 주간(풀타임) 과정들은 대부분 영어 강의 비중이 높다. 꼭 해외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국제감각을 키우는 것은 기업 경영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주요 MBA들은 학생들이 국제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해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아주대 MBA 학생 200여명은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해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홍콩 등지에서 ‘국제경영현장연구’ 수업을 들었다. 겨울방학에도 5~6개 국가 범위 내에서 희망하는 곳으로 현장실습을 나간다. 현지 기업과 정부투자기관, 다국적 기업, 한국 기업 등을 방문해 국제 비즈니스 감각을 키운다.
중국을 겨냥한 MBA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은 중국과학원 경영대학원(GUCAS)의 복수학위 취득이 가능한 중국 경영 MBA를 마련해 학생들에게 베이징자동차, QQ닷컴과 같은 중국 기업 인턴십 기회를 준다.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은 국내에서 1년, 베이징대와 푸단대 등에서 1년 등 2년간 강의를 듣고 두 학교의 학위를 동시에 따는 ‘차이나MBA’를 운영 중이다.
학제 개편도 눈에 띈다. 서울대 MBA는 2012학년도부터 글로벌과 SNU 등 주간 과정들을 기존 12개월에서 16개월로 확대했다. 늘어난 기간을 협력기업들과의 공동 프로젝트, 인턴십, 네트워크 형성 등으로 활용해 전문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국 MBA 선호도 상승
지난 8월 서울대 MBA 글로벌과정에 합격한 68명 중 외국인은 26명으로 38%에 달했다. 이들을 포함해 해외 대학 졸업자는 42명(60%)을 차지했다. 해외 대학 구성은 미국 코넬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UC버클리, 펜실베이니아대, 일본 도쿄대 등 명문대들이 대부분이다. 서울대 MBA 관계자는 “선진국 경기침체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MBA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력전환(MBA 이수 후 희망 직종으로 갈아타는 것)’이라는 MBA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도 국내 MBA가 해외 MBA 못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금융공학 MBA 졸업생 최철호 씨(37)는 한국체육대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했지만 현재는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채권운용팀에서 일하고 있다.
성균관대 SKK GSB에는 미국 뉴욕의 요리학교인 CIA 출신 요리사, 아프리카 관련 사회봉사단체에서 6년간 일하던 사회복지사 등이 다니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