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필요하다. 일본 사회가 바깥세상과 고립된 '갈라파고스 섬'이 돼버렸다는 우려가 많다. "

한 · 일 기자단 교류사업으로 방문한 일본에서 만난 한 당국자는 '3 · 11 도호쿠 대지진' 이후 일본 내부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지난 1주일간 경험한 일본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대지진의 직 · 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센다이 시내와 도쿄는 원래의 모습을 대부분 회복한 상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일본 사회에 대한 자성과 성찰이 이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질서를 지키고 매뉴얼대로 따르는 일본 사회의 특성은 대지진 이후 재건에 장점인 동시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기업 교세라 관계자는 "올해 처음 '노타이 차림'을 도입하고,공장 창문에 오이를 키워 햇빛을 차단해 실내온도를 높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올여름을 버텼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 역시 복도 전등을 3개 걸러 1개씩만 켜둠으로써 절전에 동참하고 있었다. 사회 공동의 목표를 위해 희생을 묵묵히 감내하는 일본 사회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한계도 엿보인다. 도호쿠 지역은 지진 발생 7개월째인 현재까지 쓰레기 처리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매뉴얼에 갇힌 풍조 때문이라는 게 한국 측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의 저조한 성과 역시 '매뉴얼 중시'가 시야를 좁힌 결과라는 자성이 나온다고 일본 측 관계자는 전했다.

이런 자성 아래 일본은 '매뉴얼 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조용하지만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안락한 일본 내부에 안주하려는 학생들을 외국 대학으로 내보내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는가 하면,도호쿠 지역 재건을 위해 천문학적 금액을 투입할 예정이다.

한 당국자는 "삼성에 대한 사례 연구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동참하는 한국 사회와 기업의 역동성이 일본에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방문 기간 만난 한 · 일 양국 관계자들은 "대지진은 슬픈 참사이지만 역설적으로 한국과 일본 모두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호쿠 지역 재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또 다른 기회를 얻기 위해 일본의 변화를 읽고,마음으로 다가가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