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교도 정신으로 잘 운영되던 서구사회가 과도한 자본주의에 물들어 타락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서구의 지식인들이 동양 사상과 종교에 매력을 느끼게 됐죠.하지만 일부 비현실성과 초세계성을 서구인들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겁니다. 물질과 정신의 조화를 강조하는 원불교가 대안인 까닭이죠."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경산 장응철 종법사(71 · 사진)는 2일 미국 뉴욕주 컬럼비아카운티 허드슨시에 건립한 수련원 '원달마센터' 개소식 후 기자들과 만나 "원달마센터가 96년 전 한국에서 발원한 원불교를 세계에 전파하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원불교는 이날 이곳 172만㎡(약 52만평) 부지에 명상홀과 게스트하우스 등을 갖춘 원달마센터를 개관했다. 독실한 원불교 신자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등 홍씨 일가의 기부로 이뤄졌다.

경산 종법사가 설명하는 원불교 교리의 핵심은 '상선(常禪)'이다. 종법사는 "어떤 일을 마주하게 되면 일단 생각이나 행동을 멈추고 텅빈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늘 마음을 수련하는 상선과 정신개벽을 통해 물질에 끌려다니지 않는 정신적 자주력을 확보할 수 있고 종국에는 물질을 선용(善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법사는 "원불교는 물질을 나쁘다고 주장하지 않고 소위 도덕문화와 과학문명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문명 시대를 열어나가자는 중용의 정신을 강조하기 때문에 서구인들이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팝문화(한류)뿐 아니라 정신문화도 충분히 세계에 전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4년 후 100주년을 맞는 원불교는 그러나 세계화를 위해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체계화시킨 교법이 서구인들에게 다가가기에는 전통을 과도하게 강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불교의 여자 출가 교문들은 하얀 저고리에 까만 치마를 입고 쪽진 머리를 해야 한다. 경산 종법사는 "변화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편리를 위해 원칙을 너무 쉽게 바꾸면 나를 잊게 되기 때문에 어디까지 지키고 어디까지 버려야 할지 깊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