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만 올리려는 '정신나간' 지방의회
지방 재정난은 악화되고 있지만 상당수 지방 의회들이 내년도 의정비를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화청사 건립 등 대규모 사업을 벌였다가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의회들도 의정비 인상에 가세하고 있어 지방 의회의 모럴해저드가 극에 달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의정비 인상 '담합' 의혹도

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국 244개 지자체 의회 중 약 79곳(32.4%)이 내년에 의정비를 인상할 계획이다. 59곳(24.2%)은 아직 인상 혹은 동결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으며 동결을 결정한 곳은 106곳(43.4%)에 불과하다.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광주광역시와 경남 경북 강원 충남 충북의 광역의회가 의정비 인상을 건의했다. 기초자치단체 중 서울에서는 마포구 노원구 은평구 등이,부산에서는 남구 북구 사하구 해운대구가 의정비 인상을 추진 중이다. 대구에서는 중구 동구 북구,광주에서는 서구 북구,대전에서는 동구 대덕구 등이 의정비를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고양 가평 화성 광주 김포 안성 오산 양평 과천 의정부 광명 이천 양주가 의정비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비슷한 시기에 의정비 인상을 추진해 '담합' 의혹을 낳고 있다. 인천의 경우 계양구를 제외한 중구 부평구 동구 서구 남구 연수구 남동구 옹진군 강화군 등 9개 기초의회가 일제히 의정비 인상을 준비 중이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열린 인천 기초단체의장단 협의회에서 내년도 의정비 인상을 담합했다는 의혹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지자체의 살림을 살피고 조정해야 할 위치에 있는 의원들이 제 밥그릇을 먼저 챙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시 직원 월급 못 줄 형편인데

지자체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자체 부채(28조9933억원)와 지방 공기업 부채(46조4744억원)를 합한 지방 부채는 75조4677억원에 이른다. 전년에 비해 10.6% 증가했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51.0%로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최저치다.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는 곳 중 상당수가 재정난이 심각하다. 인천 부평구는 재정자립도가 27.7%에 불과하는 등 재정사정이 나빠 직원들의 2개월치(11~12월) 인건비 41억원을 편성하지 못했지만 의정비 인상을 강행할 움직임이다.

경남 김해시 의회의 의정비 인상 계획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달 개통한 부산~김해경전철 운영 적자로 앞으로 20년간 민간 사업자에게 연평균 700억원 이상 지급해야 할 처지에 몰리는 등 재정파탄 위기에서도 의원들은 의정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경전철과 호화 청사 건립 등 대규모 사업을 벌였다가 어려움을 겪는 경기도 용인시 의회도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김종진 전주대 금융보험부동산학부 교수는 "지자체의 선심성 개발사업 등을 바로잡지 못하고 오히려 민원성 예산을 무더기로 요구해 지방재정을 파탄으로 몰고간 책임이 있는 지방의회가 의정비를 더 타가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