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이 29일 서울 등촌동에 개점한 NC백화점 강서점.오전 10시 점포문을 열자마자 한 시간 전부터 줄지어 기다리던 고객 중 100여명이 정문 바로 옆에 있는 '뷰티 갤러리'로 몰려들었다. '뷰티 갤러리'는 이랜드리테일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외국 고급 화장품 브랜드 직매입 매장이다. 직매입은 백화점이 직접 구입해 판매하는 것으로,유통 단계를 줄이고 마진율을 낮춰 파는 덕분에 가격이 20~30% 싸다.

165㎡(50평) 규모의 이 매장에선 랑콤 에스티로더 비오템 클라란스 엘리자베스아덴 등 20여개 브랜드,800여개 품목을 판매한다. 대부분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브랜드 매장에서 판매하는 품목들이다. 우순영 글로벌상품팀장은 "고가 해외 화장품을 병행 수입 방식으로 들여온 것은 처음"이라며 "마진을 10% 정도만 붙여 백화점 판매가보다 15~20% 낮게 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판매가가 15만5000원인 에스티로더의 '어드밴스트 나이트 리페어 세럼'은 20% 싼 12만4000원,6만7000원인 랑콤의 '토닉 꽁포르 토너'는 18% 저렴한 5만5000원에 판다. 서울 신월동에서 온 주부 이성희 씨는 "값은 확실히 싸지만 상품이 다양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윤여영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기존 유통구조를 뒤흔드는 시도여서 화장품 브랜드들의 견제가 심하고 통관 절차도 복잡해 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하기 어려웠다"며 "고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직매입 백화점의 취지에 맞춰 매장과 품목 수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서점은 이랜드리테일이 서울 송파점과 경기 야탑점,부산 해운대점에 이어 4번째로 개점한 직매입 백화점이다. 3호점까지는 기존 건물에 입점했거나 아울렛을 전환한 데 비해 강서점은 이랜드리테일이 2000억원을 들여 직접 지은 첫 유통점포다. 지하 7층~지상 10층(연면적 10만9904㎡,영업면적 6만㎡) 규모로 이랜드 점포 중 가장 크다. 일반 백화점의 직매입 상품 비중이 2% 미만인 데 비해 이 점포는 40%에 달한다.

강서점은 또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70여개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편집매장인 '럭셔리 갤러리'를 2300㎡ 규모로 1층에 배치했다. 브랜드 수와 매장 면적이 송파점의 두 배다. 킨록 워모 까르뜨블랑슈 탑걸 나이스클랍 안지크 등 백화점 입점 브랜드를 직매입해 싸게 파는 편집매장인 'NC컬렉션'도 2,3층에 마련했다. 7층 전체를 이랜드 생활용품 브랜드매장인 '모던하우스'(2650㎡)로 채우고,8~9층 일부를 터서 7m 높이의 대관람차와 범퍼카 시설 등 실내 놀이동산으로 꾸며놓은 것도 기존 백화점에선 볼 수 없던 구성이다.

윤 대표는 "직매입 상품 구색을 다양화하고 고객을 오래 머무르게 하는 편의시설을 강화한 한국형 직매입 백화점의 새 버전"이라며 "기존 백화점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장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목동과 상암동,마곡지구 등을 포함한 광역 상권 점포를 지향하고 있다"며 "개점 첫해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랜드리테일은 강서점에 이어 부산 효원동 굿플러스 쇼핑몰과 광주 충장로 패션몰 밀리오레를 NC백화점으로 전환해 올해 안에 개점할 예정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