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변하고 있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도 리스크(위험) 관리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은 "1~2개월 전만해도 잇따른 특허 분쟁과 반도체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 등 불확실성 요인이 큰 상태였다"며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갈등 상태를 협력 관계로 바꾸고 애플과의 소송도 잘 대응하는 등 불확실성 요인을 줄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D램 가격 역시 바닥을 지나가는 국면이라 하반기 실적이 기존 예상보다 개선될 여지가 생겼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 팀장은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반도체 사업 부문은 전방업체 수요 부진으로 인한 D램 가격 부진으로 실적 전망이 어두웠다"면서 "그러나 D램 가격의 바닥이 어느 정도 지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실적 역시 예상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대만 반도체 가격정보 사이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하반월부터 1Gb DDR3(128Mx8 1066MHz) 고정거래가격은 0.52달러로 보합세다. 업계에서는 2Gb DDR3 고정가격도 이달부터 1.0~1.1달러대에서 안정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복합적인 상황이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 실적도 2분기 대비 하락하겠지만 업황 부진을 고려하면 선방한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3조원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던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최근 3조2000억~3조5000억원 수준으로 올라갔다. 스마트폰 부문의 판매 증가로 통신부문의 영업이익이 2조원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우려했던 반도체 부문도 비PC D램의 기여로 1조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MS·인텔과 동맹 맺고 애플에 대적

이날 삼성전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양사가 보유한 휴대폰 운영시스템 관련 기술 특허에 관한 크로스 라이선스(상호 인증) 계약을 포함한 포괄적 파트너십을 맺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진행됐던 MS와의 특허 분쟁을 일단락 짓고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게 된 셈이다.

이번 제휴를 통해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휴대폰과 태블릿에 대한 로열티를 마이크로소프트에 지급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로열티 비용 지출이 발생하게 된 부분은 부정적이지만, 특허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로열티 비용도 앞서 마이크로소프트와 계약했던 HTC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MS 로열티 부분은 애초 우려했던 대당 10달러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대당 3달러 수준으로 가정하면 연간 2000억원 수준, 분기로는 500억원 정도으로 실제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목표량은 6000만대를 기준으로 로열티를 대당 3달러로 계산하면 연간 지불 비용은 1억8000만달러(약 2100억원)다.

로열티 부담보다 안드로이드 연합과 애플의 대립 구도에 집중하면서 거둘 수 있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현재 스마트폰 판매량은 2700만대로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약 18% 추정된다"며 "1년반 전 점유율 3%에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명실상부 안드로이드폰 진영의 대장을 맡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와 인텔이 각각 주도해 온 리모재단과 리눅스 재단 등 리눅스 소프트웨어단체들은 공동으로 휴대전화 등에 적용될 새로운 OS를 개발하기로 했다.

김 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소송 건이 마무리하고 인텔-리눅스와 개방형 OS의 개발을 시작하면서 애플과의 대응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기존 독자 개발한 OS인 '바다' 역시 내부적으로 유지한면서 멀티 OS 전략을 취하고 있는 점이 제휴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