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경상수지 관리ㆍ亞외환공조 절실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인 2008년 10월10일,원 · 달러 환율은 1395원(시가)으로 시작해 1460원(고가)까지 올랐다가 1265원(저가)까지 하락한 뒤 1309원(종가)에 장을 마쳤다. 이날의 전일 종가 대비 하락폭은 70.5원이었는데 이는 1998년 3월23일(82원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이었고 일일 변동폭 235원은 1997년 12월 30일(495원)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과 극심한 불안감이 외환시장에 적나라하게 표출된 것이다. 2008년 당시 해외자본의 유출속도는 엄청났었다. 1월부터 8월까지 200억 달러의 순유입이 일어났지만 리먼 사태 이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여 동안 무려 700억 달러가 유출됐다. 환율은 결국 1600원 근처에 바짝 다가섰었다.

당시 2700억 달러 정도의 외환보유액은 그야말로 우리의 생명줄이었다. 이 돈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우리 경제는 다시 한 번 나락에 빠져서 헤맸을지도 모른다. 또한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미국국채로 들고 있었는데 이 부분이 상당한 효자노릇을 했다. 이로 인해 당시 강만수 경제팀이 제시한 '리버스 스필오버'의 논리가 가능해졌던 것이다. 미국이 우리를 안 도와주는 경우 우리 경제가 힘들어지고 결국 우리가 미국국채를 팔기 시작하면 미국에 상당한 타격이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미국은 한국 지원으로 태도를 바꿨다. 우리가 보유한 미국국채가 무기가 되고 외환보유액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달러를 찍어낼 수 없는 우리 경제는 필요한 달러를 벌어서 쌓아놓아야 한다. 달러를 제대로 쌓아놓지 않고 외환보유액 관리를 소홀히 할 때 어떤 수준의 위기가 올 수 있는지는 1997년 외환위기가 너무도 생생하게 이를 증언해준다. 1996년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곧 230억 달러 수준의 경상적자를 내면서도 물가를 안정시킨다며 800원 근처에 환율을 붙잡아 놓고 있다가 달러 부족으로 외환위기를 맞고 환율이 2000원 근처까지 치솟아버린 모습을 보면 달러와 수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다. 당시 외화부족으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은 후 실업자 130만명,경제성장률 -6.9%,주가지수 280을 기록한 우리 경제의 모습은 너무도 비참했었다.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달러를 잘 벌도록 뒷받침해주고 이렇게 해서 흑자를 낸 부분만큼 외환보유액을 쌓아놓으면 이는 위기 때 우리 경제의 생명줄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재원이 된다. 흔히들 고환율정책을 비판하면서 수출 대기업만 살찌우는 정책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이들이 벌어오는 달러가 아니면 우리 경제가 위기를 당하고 서민들부터 나락으로 빠져버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달러를 잘 벌어오도록 유도하고 관리하는 것 자체가 친서민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재정위기의 어두운 그림자가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환율이 덩달아 춤추고 있다. 외환시장의 모습을 보면 2008년 위기와 판을 박은 듯 닮았다. 우리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밖에서 문제가 생기고 이로 인해 국내에 유입됐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외환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다행히 3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이 있어서 어느 정도 안심이 되지만 그래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근자에 1200원을 일단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50억 달러 수준의 외환시장 개입이 이뤄졌다는 소문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구두개입을 중심으로 실제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외환보유액의 외형을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이번 위기는 한번 내리고 마는 소나기가 아니라 지리한 장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악을 대비해 외환보유액을 점검하고 경상수지 흑자폭을 최대한 늘리면서 아시아 국가 중심의 외환 부문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과시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신뢰수준을 제고하는 올라운드 플레이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환부문에 대한 보다 세심한 대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