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앵 사로잡은 한국 맛과 문화…"와" 탄성 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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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사찰음식 파리 진출 앞두고 요리 특강
프랑스 파리 시내 16구에 있는 한국문화원(원장 이종수).28일 오후 4시 아파트 지하창고를 개조한 문화원 내 강의실에 고소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 사찰음식 전문가인 대안 스님이 다섯 가지 채소를 이용한 녹두전 '빈자적(빈대떡)'을 구우면서다.
대안 스님은 먼저 다섯 색깔의 채소를 녹두가루 반죽과 섞은 다음 손바닥에 한 숟가락씩 떠서 동그란 모양을 만들었다. 이어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 프라이팬에 빈자적을 자글자글 지지자 50여명의 특강 참석자들은 저게 도대체 무슨 맛을 낼까 싶은 눈빛으로 신기하게 쳐다봤다.
대안 스님은 프랑스인들이 좋아하는 송로버섯과 비슷한 능이버섯을 이용한 '능이버섯 두부찜'도 소개했다.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낸 두부에 능이버섯을 쏙 집어넣자 특강 참석자들은 "와!" 하고 감탄사를 쏟아냈다.
두 가지 사찰음식 조리 시연이 끝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고추도 양파 못지않게 센 맛을 내는데 양파는 쓰지 않으면서 고추는 사용하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스님이 손으로 빈자적을 만드는 게 인상적인데 아르메니아에서는 요리할 때 여성만 손을 사용할 수 있어요. 사찰음식에도 남자 스님과 여자 스님이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있나요?" "유럽의 많은 나라에선 마늘은 냄새가 심해 하층계급이나 먹는 것으로 아는데 한국에서도 그런가요?"
대안 스님은 "양파는 고추와 달리 마음을 들뜨게 하는 다섯 가지 식품(오신채)으로 불교경전에도 나와 있고 실제로도 그렇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손을 사용해 음식을 만드는 것은 사람의 기운과 에너지가 손을 통해 음식에 전해지는데 그게 바로 '손맛'"이라며 "손으로 음식을 만드는 이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사찰음식"이라고 말했다.
사찰음식 특강에 이어 이날부터 사흘 일정으로 마련한 한국 불교문화 체험 행사 개막식이 열렸다. '1700년 전통과 문화와의 소통-템플스테이'를 주제로 승복 · 발우 · 전통등 · 경전 등의 전시와 경판 찍기 · 종이컵 연등 만들기 등의 체험,사찰음식 특강 및 시식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개막 인사와 '승무'로 유명한 동희 스님을 비롯한 범패팀의 공연에 이은 리셉션에는 대안 스님이 마련한 사찰음식을 내놓았다. 말린 과일칩,곶감에 호두를 넣은 곶감말이,능이버섯 두부찜과 빈자적,호박으로 만든 떡,버섯과 채소를 모양 있게 만든 월과채,갖가지 버섯과 채소로 버무린 주먹밥 등이 참석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미셸 드 상셰롱 씨는 "2009년 학회 참석차 한국에 갔다가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사찰음식에 매료됐다"며 "지금 유럽에선 사찰음식이 유행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와 함께 종이컵 연등 만들기를 체험한 터키 유학생 데미르카지크 담나 씨(26)는 "사찰음식을 통해 채소가 이렇게 다양하고 깊은 맛을 낸다는 걸 알고 놀랐다"고 했다.
조계종 대표단은 '한국 불교와의 만남'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다음달 2일까지 프랑스에서 사찰음식,템플스테이,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인 영산재(靈山齋) 등 한국불교의 전통과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30일 저녁 유네스코 본부에서 유네스코 주재 각국 대사 80여명을 초청해 마련하는 사찰음식 체험 만찬 '생명과 평화를 위한 공양' 행사는 한국 사찰음식의 맛과 장점,그 속의 정신까지 각국 지도층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파리=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