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자신의 월급을 쪼개 불우한 어린이들을 후원해 온 중국집 배달원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27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중국집 배달원 김우수(54)씨는 지난 23일 강남구 일원동의 한 교차로에서 유턴을 하다 맞은 편에서 오던 승용차와 충돌했다.인근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이틀 뒤인 지난 25일 오후 11시께 숨을 거뒀다.

김씨는 강남구 소재 한 고시원에서 살았다.월급은 70만원에 불과했지만 2006년부터 매달 5만~10만원씩 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린이들을 도우려는 마음에서였다.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재단 앞으로 사망시 수령액 4000만원 상당 종신보험도 들어뒀다.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김씨는 고아원에서 자랐다.유년시절에는 고아원을 나와 떠돌이 생활을 했다.성인이 됐지만 “돈이 없다고 박대하는 세상이 싫다”며 방화를 저질러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어린이재단에서 발행하는 소책자 ‘사과나무’를 접한 것은 출소 6개월 전이었다.

김씨는 사과나무를 통해 가정폭력과 빈곤에 처한 어린이들의 소식을 접했다.자신의 불우한 어린시절을 떠올린 김씨는 어린이재단에 연락,기부 의사를 밝혔다.김씨는 생전에 장기 기증도 약속했지만 사고 직후 병원에서 연고자를 찾는데 시간이 걸려 장기가 손상돼 기증에 실패했다.

어린이재단 측은 “최근 형편이 어려워지자 후원금을 3만원으로 줄이면서까지 꼬박꼬박 후원금을 냈던 사람”이라며 “가족이 없어 빈소를 차리지 못해 장례는 재단이 대신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