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줄 몰랐습니다. " "주말 이틀 동안 가족과 함께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머물며 최고 여자선수들의 샷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정말 대단하군요. 아내와 아이들도 이렇게 좋아하니 모처럼 가장 노릇 폼나게 했습니다. "

2018동계올림픽 개최지 강원도 평창에서 나흘간 펼쳐진 제33회 메트라이프 · 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이 25일 멋진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개막 전에는 기온이 내려간 데다 바람까지 거셌지만 대회가 시작된 뒤에는 나흘 내내 화창한 날씨가 이어졌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3시간이나 떨어진 산간지역인데도 불구하고 3,4라운드가 열린 24,25일에는 주말 나들이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성황을 이뤘다. 갤러리 주차장에는 승용차뿐만 아니라 관광버스까지 동원한 골프팬들로 북적였다.

클럽하우스 뒤편 인포메이션 부스에는 이른 아침부터 100~200여m의 줄이 이어졌다. 기아차 모닝이 걸린 경품 추첨함에 초대권을 넣는 갤러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가족 단위 갤러리들이 많았고 유모차를 밀고 온 젊은 부부도 눈에 띄었다.

수원에서 온 양필규 씨는 "평창이 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가깝더라.골프장뿐만 아니라 동계올림픽이 펼쳐질 스키점프대도 인상적이었다. 다음엔 아이들과 함께 워터파크에도 놀러와야겠다"고 말했다.

전날 선두권에 올랐던 유소연 양수진 장하나가 함께 플레이한 챔피언조에는 수백명의 갤러리가 홀마다 따라다니며 응원을 펼쳤다. 챔피언조가 클럽하우스 주변 9번홀에서 10번홀로 이동할 땐 이들의 샷을 보기 위해 따라 움직이는 갤러리들 때문에 선수들이 샷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예상보다 많은 갤러리가 몰리자 알펜시아리조트와 강원도 관계자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이번 대회에 모인 갤러리들의 열기를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2018년까지 이어가자며 곳곳에서 '흥행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차인규 알펜시아리조트 대표는 "동계올림픽 유치 확정 후 처음 갖는 공식 스포츠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만족스럽다"며 "내년에도 메트라이프 · 한경 KLPGA챔피언십을 알펜시아에서 열었으면 한다. 알펜시아가 동계스포츠뿐만 아니라 골프 등 4계절 스포츠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의 메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들도 눈길을 끌었다. 두 쌍의 부부가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본 후 알펜시아트룬CC 레이크코스를 따라 알펜시아리조트로 올라갔다. 이들은 발코니에서 대관령의 경치를 감상하고,한참 동안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골프와 함께 즐기는 캠핑 이벤트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계방산 오토캠핑장은 가족,친구,직장 동료 등 80여명의 캠핑족들로 북적였다. 밤에는 다소 쌀쌀하지만 낮에는 화창한 날씨에 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가 가을산의 운치를 만끽하기에 그만이었다.

서울에서 온 윤미나 씨(32)는 "친구와 오빠 등 모두 세 가족이 놀러왔는데 밤에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지는 느낌이었다"며 "지금껏 다녀본 캠핑장 가운데 가장 별을 많이 볼 수 있어 더욱 낭만적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위해 한국교육문화진흥원이 진행한 계방산 숲속길 생태학습 프로그램도 인기였다. 박지현 씨(32)는 "다섯 살짜리 아이가 숲 속에서 하나가 돼 자연을 배우는 모습을 보니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얘기했다.

평창=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