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고국 무대에 선 박지은(32)의 샷에 힘이 실렸다. 특유의 '하이 탄도 샷'은 전성기 시절의 폭발력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린에서 백스핀이 먹는 아이언샷은 남자 프로의 샷을 보는 듯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20년을 괴롭혀온 허리 부상을 떨친 박지은의 샷은 그동안의 부진을 보상받고 싶은 듯 코스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보다 20야드 넘는 장타를 날렸고 아이언샷은 송곳처럼 그린을 공략했다.

그러나 박지은에게 필요한 것은 실전 감각.오랫동안 부상으로 쉰 탓에 경기 운영 감각이 되살아나지 못했다. 시차로 인한 피로까지 겹치면서 짧은 퍼트 미스가 자주 노출됐다. 박지은은 "경기 내내 구름에 붕 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지은은 1번홀(파4)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그린까지 놓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환상적인 어프로치샷으로 파를 세이브했다. 많은 선수들이 무너진 2번홀(파3)에서 1m 버디 찬스를 이끌어냈으나 버디에는 실패했다.

3번홀(파5)에서 보기를 했지만 4번홀(파4)에서 6m 오르막 훅라인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5번홀(파3)에서는 티샷이 짧아 그린을 놓친 뒤 1.5m 파퍼트를 미스했으나 6번홀(파4)에서 1.5m 버디로 만회했다. 7번홀(파5)에서 3퍼트로 보기를 한 뒤 9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바로 옆에 떨궈 '탭 인 버디'를 하며 전반을 이븐파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10번홀(파4) 보기에 이어 13번홀(파4)에서는 더블보기가 나왔다. 두 번째 샷의 그린 오버에 이어 내리막 경사지에서 로브샷을 시도했으나 볼은 홀에서 멀어지며 3퍼트를 기록했다. 박지은의 전반적인 샷은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상승세를 이어가는 집중력과 위기를 만들지 않는 경기 운영 능력이 떨어진 게 다소 아쉬웠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