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시장의 '황제주' 자코메티의 브론즈 조각 'Annette X'(높이 43.9㎝ · 사진)이 서울 강남의 도곡렉슬 아파트 43평형(공시가격 14억4400만원)과 맞먹는 14억원에 팔렸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대표 조정열)은 가을 경매에서 자코메티,조루즈 루오,이우환,장욱진 등 국내외 인기 작가들의 작품 160점 중 124점을 팔아 낙찰률 78%,낙찰총액 52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300여명의 '큰손' 컬렉터들이 참여한 이번 경매에서 자코메티의 브론즈 'Annette X'은 시작가 13억원에 출발,응찰자들의 경합 끝에 14억원에 팔렸다. 자코메티 부인 아네트의 흉상 열 번째 작품으로 여덟 번째 에디션이다. 지난해 11월 스위스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열린 자코메티 전시회에 출품됐다.

미국 뉴욕 구겐하임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이우환의 작품 10점 중 8점도 낙찰됐다. 추정가 8억5000만~10억원에 나온 이우환의 '점으로부터'는 8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동심의 화가' 장욱진의 '소'는 치열한 경합 끝에 추정가(1억2000만원)보다 높은 2억3000만원에 팔렸다. 조루즈 루오의 그림 '성서의 풍경'(8200만원)을 비롯해 이대원의 '산'(8000만원),김종학의 '설악의 여름'(3000만원)도 새 주인을 찾아갔다.

30~40대 컨템포러리 작가들의 작품도 고가에 경매됐다. '아토마우스' 작가 이동기의 '머니'(추정가 3000만원)는 서면과 전화 응찰자들의 경합이 이어지면서 4740만원까지 치솟았다. 올 베니스비엔날레 참여 작가 이용백의 '앤젤 솔저'는 1300만원에 낙찰됐고 최소영의 '산복계단'(3000만원),박성민의 '아이스 캡슐'(1500만원)도 비교적 고가에 팔려 나갔다.

추정가 10억원에 출품된 추사 김정희와 초의선사의 편지글 30통을 모아 만든 서첩은 유찰됐다.

가을 메이저 경매를 진행한 조정열 K옥션 대표는 "유럽발 재정위기로 국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78%의 낙찰률를 보인 것은 향후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