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일 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을 구성하기로 하는 등 저축은행을 둘러싼 부패 척결에 본격 나섰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구속기소)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부인에게 골프세트를 선물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구체적인 정 · 관계 로비 정황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금융계 부정 비리 뿌리 뽑겠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청사에서 특수수사 사건 전담 차장 · 부장검사 47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특수부장회의를 갖고 "금융계에 만연된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겠다"며 합동수사반 구성을 발표했다.

그는 또 "지난 2월에 이어 또다시 7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는 등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시간과 인력에 구애됨이 없이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 다시는 비리의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른 시간 내에 합동수사단 체제를 구성,검사를 비롯해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고 금감원과 예보로부터 전문가를 대거 파견받을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7개 저축은행이 추가로 영업정지되면서 올 한 해는 저축은행 수사정국이 되지 않겠나"라며 "수사는 생물인 만큼 수사과정에서 거물급들이 얼마나 튀어나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검찰은 내달 재 · 보선,내년 총선 및 대선 등 선거 정국을 앞두고 공직비리와 불법정치자금 수수를 비롯한 구조적 부정부패와 지역 토착비리 수사도 병행해 나가기로 했다.

◆박태규 '골프로비' 꼬리 잡히나

박씨가 김 전 수석의 부인에게 골프세트 등 고가의 골프용품을 여러 차례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씨는 지난해 5월께 서울 강남의 한 골프숍에서 여성용 골프세트를 구입했다. 이 골프세트는 같은 날 김 전 수석의 집에 배달됐다. 박씨는 단골인 이 골프숍에서 고가의 드라이버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골프용품을 구입,김 전 수석 부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은 금감원과 예보가 공동으로 부산저축은행그룹을 검사할 때다. 박씨도 이때를 즈음해 현금 1억원을 받는 등 10월까지 총 17억원을 받았다. 대검 중수부는 또 박씨가 박모 금감원 부원장을 비롯해 고위 간부들과 골프를 치고 검사 완화 청탁과 함께 거액의 상품권을 건넨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추진하던 인천 효성지구 개발사업과 관련해 인 · 허가 청탁 대가로 다른 로비스트 윤여성 씨(구속기소)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이날 법정에서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사장의 변호인은 "처남을 통해 윤씨로부터 4000만원을 받아 선거자금으로 쓴 사실은 있다"며 "낙선 후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불찰을 인정하지만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시설업체 S사 고문으로 근무하면서 받은 1억4500만원은 정당한 급여"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