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펀드런(대량환매)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4개월간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 규모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하는 등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된 데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높아진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Fed)이 이를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ed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등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美 주식형 펀드서 자금 '썰물'

20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와 펀드리서치업체인 EPFR글로벌의 조사 자료를 인용해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4개월간 미국 주식형 펀드의 순유출 규모가 75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5개월간 빠져나간 728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미국 주식형 펀드는 올 들어 4월까지 187억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그러나 5월부터 순유출로 돌아서며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갔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그리스 디폴트 우려 등 잇단 악재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BB&T웰스매니지먼트의 월터 헬위그 매니저는 "저평가 주식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높아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회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ed 어떤 부양책 내놓을까

Fed는 20~21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 회의를 연다. 당초 하루 일정이었으나 이틀로 늘렸다. 시장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고 실효성 있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월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Fed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응답이 70%에 달했다고 미 CNBC방송이 19일 보도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Fed가 보유 중인 단기 국채를 팔아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공개시장조작이다. 장기 금리를 더 낮춰 기업과 가계가 투자와 소비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3차 양적완화에 대한 전망치는 34%로 나타났다. Fed는 은행들이 예치한 초과지급준비금의 이자율을 현행 0.25%에서 제로(0)로 떨어뜨려 은행들의 대출 확대를 유도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ed가 인플레이션 관리 목표치와 실업률 하강 목표치를 공식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Fed의 내부적인 인플레 관리 목표치는 2%이며 미국의 지난 8월 실업률은 9.1%다. 인플레를 2% 이상 용인하고,실업률을 일정 수준으로 낮춰 잡으면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부양책을 계속 내놓겠다고 시장에 약속하는 것과 같다.

한편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보다 과감한 연방정부 지출 삭감안을 내놨다. 향후 10년간 지출을 3조달러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부유층에 대한 증세로 세수를 확대해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인 공화당이 부유층 증세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노인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등의 사회복지 예산도 삭감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전설리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