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정치란 바르게 함을 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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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 지도자 비리소식 넘쳐…바른길 솔선하는 공직자 나오길
꼭 50년 전 재키(재클린 · 1929~1994)와 잭(존 F 케네디 · 1917~1963) 부부는 세계적으로 인기였다. 1961년 미국의 제3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44살의 잭과 32살의 재키다. 젊고 잘생긴 그들이 새로운 미국의 표상으로 떠올랐다. 내가 젊었던 시절 그들은 한국에서도 인기 '짱'이었다.
하지만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된 케네디는 3년도 안 돼 암살당했다. 그 직후 녹음했던 재키의 회고가 책이 돼 나왔다. 《재클린 케네디》라는 제목에 '존 에프 케네디와의 삶에 대한 역사적 대화'라는 부제를 달고…. 이 책은 1964년 초 재클린의 인터뷰가 내용이고,그 녹음도 그대로 나온 모양이다. 이런 구술사(口述史)가 앞으로 역사를 더 풍성스레 해줄 것이니,우리에게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책 내용이 조금 충격적이다. 재키는 이 회고에서 당대의 대표적 지도자들을 거침없이 혹평한다. 우선 케네디를 계승해 대통령이 된 존슨 부통령도 깎아내리고 있고,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더란 악평이다. 그런가 하면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대통령은 음탕한 인물로 격하됐다.
가장 충격적인 경우는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1929~1968)다. 그를 '위선자(phoney)'라면서 재키는 그 근거로 킹 목사가 '나에겐 꿈이 있다(I have a dream)'는 그 유명한 연설을 하기 전날 밤 섹스파티를 위해 여자들에게 전화를 걸어댔다고 말했다. 또 남편의 장례식 날 킹 목사가 술에 취해 있었다고도 했다.
아버지의 대통령 취임 50년을 맞아 그동안 감춰두었던 어머니의 인터뷰를 공개하기로 결심한 것은 그들 자식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캐롤라인 케네디(1957~)다. 케네디의 비극적 암살 몇 달 뒤 당시 백악관 보좌관이던 미국사 교수 아서 슐레진저 2세(1917~2007)와 재키는 7회에 걸쳐 8시간 반이나 되는 녹음 대화를 했다. 그 내용을 의심할 여지는 없지만 그들 나름의 주관적 편향도 들어 있을 터다.
재키가 사람들을 비판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판 가운데 킹 목사가 특히 충격적인 것은 그가 대중에게 대표적인 인격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목사란 직함이 있다.
그는 1964년 노벨 평화상을 비롯해 비슷한 영예를 수없이 누렸고,미국인들은 해마다 정월 셋째 월요일을 공휴일로 정해 '킹 목사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그런 인물을 재키가 이리 쏘아붙였으니….나대로 놀라 인터넷을 뒤져보니 정말로 그의 과거는 지저분한 듯하다.
이 책의 발간과 때를 맞춰 미국에서는 《사기꾼:세라 페일린 탐구》란 책도 나왔다. 2008년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고 앞으로도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는 전 알래스카 주지사 페일린이 마약과 문란한 사생활의 주인공이었다는 고발이다. 이미 탕아(蕩兒)로 세계적 명성을 쌓아온 이탈리아 총리 베를루스코니가 지난 7월 언론인과의 전화 중 독일의 여성총리 메르켈을 '비계 궁둥이'라 했다더니,엊그제는 그의 문란한 사생활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서울에서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때의 일이다. 국내에서는 온갖 비리와 불법이 알쏭달쏭 넘어가는 동안,외국 지도자들의 추한 모습이 세계에 알려지고 있었던 셈이다. 서양 지도층은 문란한 생활로,한국의 지도층은 부정한 축재로 악명을 떨치는 형국이다. 하지만 정말로 동서의 차이가 있기는 있는 것일까?
노(魯)나라 계강자의 물음에 공자는 '정자정야 자솔이정 숙감부정(政者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이라 했다. 《논어》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얘기다. 정치란 바르게 함을 뜻한다. (政者正也) 그대가 바른 길을 솔선하면(子帥以正) 누가 감히 부정하리요(孰敢不正)? 하지만 그건 다 옛말일 뿐이다.
동서양 어디에도 바른 길로 솔선해 가는 지도자란 없으니…,걱정이다.
박성래 <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명예교수 >
하지만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된 케네디는 3년도 안 돼 암살당했다. 그 직후 녹음했던 재키의 회고가 책이 돼 나왔다. 《재클린 케네디》라는 제목에 '존 에프 케네디와의 삶에 대한 역사적 대화'라는 부제를 달고…. 이 책은 1964년 초 재클린의 인터뷰가 내용이고,그 녹음도 그대로 나온 모양이다. 이런 구술사(口述史)가 앞으로 역사를 더 풍성스레 해줄 것이니,우리에게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책 내용이 조금 충격적이다. 재키는 이 회고에서 당대의 대표적 지도자들을 거침없이 혹평한다. 우선 케네디를 계승해 대통령이 된 존슨 부통령도 깎아내리고 있고,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더란 악평이다. 그런가 하면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대통령은 음탕한 인물로 격하됐다.
가장 충격적인 경우는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1929~1968)다. 그를 '위선자(phoney)'라면서 재키는 그 근거로 킹 목사가 '나에겐 꿈이 있다(I have a dream)'는 그 유명한 연설을 하기 전날 밤 섹스파티를 위해 여자들에게 전화를 걸어댔다고 말했다. 또 남편의 장례식 날 킹 목사가 술에 취해 있었다고도 했다.
아버지의 대통령 취임 50년을 맞아 그동안 감춰두었던 어머니의 인터뷰를 공개하기로 결심한 것은 그들 자식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캐롤라인 케네디(1957~)다. 케네디의 비극적 암살 몇 달 뒤 당시 백악관 보좌관이던 미국사 교수 아서 슐레진저 2세(1917~2007)와 재키는 7회에 걸쳐 8시간 반이나 되는 녹음 대화를 했다. 그 내용을 의심할 여지는 없지만 그들 나름의 주관적 편향도 들어 있을 터다.
재키가 사람들을 비판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판 가운데 킹 목사가 특히 충격적인 것은 그가 대중에게 대표적인 인격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목사란 직함이 있다.
그는 1964년 노벨 평화상을 비롯해 비슷한 영예를 수없이 누렸고,미국인들은 해마다 정월 셋째 월요일을 공휴일로 정해 '킹 목사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그런 인물을 재키가 이리 쏘아붙였으니….나대로 놀라 인터넷을 뒤져보니 정말로 그의 과거는 지저분한 듯하다.
이 책의 발간과 때를 맞춰 미국에서는 《사기꾼:세라 페일린 탐구》란 책도 나왔다. 2008년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고 앞으로도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는 전 알래스카 주지사 페일린이 마약과 문란한 사생활의 주인공이었다는 고발이다. 이미 탕아(蕩兒)로 세계적 명성을 쌓아온 이탈리아 총리 베를루스코니가 지난 7월 언론인과의 전화 중 독일의 여성총리 메르켈을 '비계 궁둥이'라 했다더니,엊그제는 그의 문란한 사생활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서울에서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때의 일이다. 국내에서는 온갖 비리와 불법이 알쏭달쏭 넘어가는 동안,외국 지도자들의 추한 모습이 세계에 알려지고 있었던 셈이다. 서양 지도층은 문란한 생활로,한국의 지도층은 부정한 축재로 악명을 떨치는 형국이다. 하지만 정말로 동서의 차이가 있기는 있는 것일까?
노(魯)나라 계강자의 물음에 공자는 '정자정야 자솔이정 숙감부정(政者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이라 했다. 《논어》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얘기다. 정치란 바르게 함을 뜻한다. (政者正也) 그대가 바른 길을 솔선하면(子帥以正) 누가 감히 부정하리요(孰敢不正)? 하지만 그건 다 옛말일 뿐이다.
동서양 어디에도 바른 길로 솔선해 가는 지도자란 없으니…,걱정이다.
박성래 <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