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집값·교육비·高물가…은퇴준비 꿈도 못 꿔"
우리나라 국민들은 집값과 높은 교육비,고물가로 인해 장수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중고로 인해 10명 중 7명은 은퇴준비를 포기했거나 아예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오래 사는 것 자체가 곤욕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액이라도 하루 빨리 은퇴 준비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여유 없어 은퇴준비 못해

한국경제신문이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와 함께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은퇴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67.4%에 달했다. 나머지 32.6%만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준비 중인 사람은 40대 이상이 58.3%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30대는 23.9%,20대는 17.8%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신뢰도 95%에 오차범위는 ±4.38%다.

은퇴준비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57.0%로 가장 많았다. 서울 중계동에 사는 40대의 한 응답자는 "하루하루 먹고 살기 팍팍한데 무슨 은퇴준비냐"고 반문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원인으로는 '수입 부족'이란 응답이 42.7%로 가장 많았고 △과도한 주택구입 자금 부담(18.8%) △물가 급등에 따른 생활비 부담(17.7%) △자녀 교육비 부담(16.7%) 등 순이었다.

은퇴 후 필요한 노후자금 규모는 3억~5억원이라는 응답(30.6%)이 가장 많았다. 실제 증권사 은퇴연구소들이 예상하는 노후자금과 비슷했다. 미래에셋은퇴교육센터는 서울의 최저생계비(월 150만원)를 기준으로 은퇴 기간을 25년(투자수익률 연 4%)으로 가정할 때 4억1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어 노후 필요 자금 규모를 5억~7억원이라는 응답도 23.6%에 달했다.
[한경 Better life] "집값·교육비·高물가…은퇴준비 꿈도 못 꿔"
◆은퇴 자금 부족 심각

노후 대비 차원에서 한 달에 투자하거나 저축하는 금액은 대부분 미미했다. 한 달 투자 금액이 '5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자가 44.8%로 가장 많았고 '50만~100만원'(22.2%)이 뒤를 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금까지 마련한 은퇴 자금에 대해 크게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현재 모아놓은 자금에 대해 '기본적인 생활도 영위하기 어렵다'(44.0%)거나 '턱없이 부족하다'(50.0%)는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은퇴 자금 마련의 방법으로 주식형펀드 등 위험자산에 대한 적립식 장기투자를 권하고 있지만 실상은 대부분 정기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보유한 자산 중 주식이나 펀드 등 위험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0%인 응답자가 44.2%,10% 미만도 25.8%에 달했다. 적립식 펀드 비중도 35.4%가 0%라고 답했으며 28.8%는 10%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적립식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점차 투자 기간을 늘려가는 추세다. 투자기간이 1~2년이라는 응답이 24.5%로 가장 많았고 2~3년이 22.0%로 뒤를 이었다. 5년 이상이라고 답한 투자자도 19.8%에 달했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을 감안하면 최소 생계를 위한 노후자금 규모는 3억~5억원보다 적을 수 있다"며 "10년 이상 장기로 준비한다는 생각을 갖고 당장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