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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화와 함께 듣는 명곡] 금빛 찬란한 갑옷과 붉은 휘장, 위풍당당한 '가톨릭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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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 클래식 - 티치아노의 '뮐베르크의 카를 5세'

    종교개혁 움직임에 맞서 구교의 정통성 옹호
    영토확장 야욕 없는 평화·안정 갈망한 군주
    한시도 품위를 잃지 않은 '황제 중의 황제' 모습…군주 초상화의 전형으로

    ▶ QR코드를 찍으면 명화와 명곡을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짐은 신과 대화할 땐 스페인어로,여자와는 이탈리아어로,남자들과는 프랑스어로,말과는 독일어로 얘기한다. "

    르네상스시대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카를 5세(스페인어로 카를로스 5세)가 호기롭게 내뱉은 말이다. 통역을 시키면 될 것을 굳이 지존께서 4개국어를 구사할 필요가 있었을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그의 복잡한 가계 탓이다.

    그의 조부는 합스부르크가 출신으로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막시밀리안 1세였고 조모는 부르고뉴 공작이었다. 외조부와 외조모는 아라비아 세력을 스페인에서 몰아낸 아라곤의 페르디난드 2세 왕과 카스티야의 이사벨라 1세 여왕이었다. 게다가 그는 브루고뉴 공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왕위에 오른 뒤에는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 자신의 영토를 누볐으니 4개 국어에 정통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졌던 만큼 카를 5세는 특정한 국가의식에 얽매이지 않은 범유럽적 정신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그런 다양한 문화적 배경이 결합된 그의 제국은 그가 제위에 오를 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가 유럽 대륙을 호령하던 르네상스시대는 인문주의의 대두와 함께 중세 이래 억눌려 있던 갖가지 열망이 다방면에서 분출하던 시기였다. 그런 다양한 목소리는 그의 치세 기간 내내 골칫거리를 안겨주었다.

    특히 가톨릭을 신봉했던 황제는 인문주의 기운 속에서 싹튼 프로테스탄트(신교도)의 종교개혁 움직임을 좌시할 수 없었다. 루터를 중심으로 한 이 움직임은 전통적인 성직제도를 부정하고 신자는 오로지 신앙과 성서를 통해 신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이는 제국의 일사불란한 통제에 독이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종교전쟁으로 인해 그는 평생 갑옷과 투구를 벗을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영민함과 용맹에 힘입어 그는 자신의 반발세력을 효율적으로 제압하면서 말년을 제외하고는 치세 기간 내내 유럽의 가장 강력한 전제군주로 군림했다.

    한 인간으로서 그는 불행한 존재였다. 카를 5세는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그는 평생 선천성 하악비대증이라는 달갑지 않은 병을 달고 다녔다. '합스부르크가의 턱'으로도 불리는 이 유전병은 혈통 보존을 위한 근친상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아래턱이 윗턱보다 비대해서 가문의 후예들로 하여금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없게 만들었다.

    먹는 모습이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보니 자연히 신하들을 멀리한 채 늘 혼자서 눈물의 수라상을 받아야 하는 처지였다. 제대로 씹지 못하니 위장병이 덤으로 따라오는 건 당연지사.뿐만이 아니었다.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 고기만 먹는 황제다이어트를 했는데,이것이 통풍을 유발했고 말년까지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간질병까지 앓았다니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카를 5세는 한시도 황제로서의 품위를 잃은 적이 없는 황제 중의 황제였다. 그의 위풍당당한 면모는 르네상스시대 베네치아 화파 최고의 화가로 군림했던 티치아노의 '뮐베르크의 카를 5세'에 잘 드러나 있다. 이 기마 초상화는 황제가 1547년 뮐베르크 전투에서 프로테스탄트 진영을 물리친 전승을 기념하기 위해 이듬해 티치아노를 자신의 아우크스부르크 궁정으로 불러들여 제작케 한 것이다.

    이 화가를 유난히도 총애했던 황제는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던 티치아노가 붓을 떨어뜨리자 황송하게도 허리를 숙여 붓을 주워줬다고 한다.

    그림에서 황제는 저녁놀이 지는 석양을 배경으로 앞다리를 쳐들고 도약하는 말 위에 올라탄 전형적인 영웅으로 묘사됐다. 금빛 찬란한 갑옷과 투구,오른손에 들린 로마시대의 기다란 창은 저마다 황제의 위엄을 부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투구 위에 달린 꽃술 장식과 휘장,말의 몸체를 덮은 천 등 붉은 색조가 화면을 지배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붉은 색은 가톨릭 신앙의 상징으로 통했던 만큼 프로테스탄트를 물리친 가톨릭 진영의 선도자로서의 그의 면모를 드러내는 데 이보다 적절한 묘사 방법은 없었으리라.

    그림이 풍기는 전사 면모와는 달리 카를 5세는 열렬한 평화 애호자였다고 한다. 그가 수행한 수많은 전쟁은 자신의 신조에 반하는 세력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었지 자신의 정복욕을 채우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동시대 베네치아 공화국의 관료였던 콘타리니는 카를 5세를 "영토 확장에 대한 야욕이 없는 평화와 안정에 목말라한 군주"로 평가했다. 그의 초상화가 후대 화가들 사이에 군주 초상화의 전형으로 자리잡은 것은 평화주의자로서 그에 대한 흠모 때문인지도 모른다.

    ◆ 명화와 함께 듣는 명곡 - 베토벤의 파이노 협주곡 제5번 '황제'

    악성 루드비히 반 베토벤(1770~1827)의 원숙기 대표작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다. 제목이 '황제'니까 혹시 베토벤이 특정 군주,이를테면 그가 한때 존경했던 나폴레옹에게 헌정한 곡이 아닐까 판단하기 쉬운데 전혀 관계가 없다.

    이 작품은 1809년부터 1811년 사이에 작곡한 것으로 베토벤이 자신의 후원자인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했는데 곡이 풍기는 장대하고 숭고한 분위기가 마치 황제의 위엄을 떠올린다고 해서 '황제'라는 별칭이 붙게 된 것이다.

    3악장으로 이뤄진 이 피아노 협주곡에서 황제의 영웅적이면서도 숭고한 분위기는 제1악장 알레그로에 잘 드러나 있다. 박력이 넘치는 오케스트라와 절도있는 피아노가 주거니받거니 하는 도입부가 끝나자마자 울려퍼지는 오케스트라의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선율에 압도당하지 않을 자 그 누구랴.이 위풍당당하면서도 화려한 멜로디에 카를 5세의 기마상을 오버랩시키며 40분 동안 황제의 품격을 느껴보자.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 미술사학 박사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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