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 엠호프(귀네스 팰트로)가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후 독감과 유사한 증세로 갑자기 숨진다. 그녀의 어린 아들도 동일한 증상으로 죽는다. 베스의 남편 역인 맷 데이먼과 딸은 다행히 무사하다. 비슷한 시간 세계 각국에서 이들처럼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숨지면서 대혼란으로 빠져든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사진)'은 신종 바이러스 출현에 따른 공포와 혼란을 그린 수작이다.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그 감염 경로를 추적하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포착한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났는데 지침도 없고 백신도 없어." "누구하고 말하거나 신체를 접촉하지 말아요. " 의사들이 내뱉는 이 대사는 무지가 대혼란을 초래할 것임을 시사한다. 신종 바이러스는 곧 진료하던 의사에게도 전염된다.

통제본부는 첫 희생자로 지목된 베스가 들렀던 카지노 상황과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을 일일이 추적한다. 그녀가 몰래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에 남겨진 남편의 마음은 더욱 착잡하다. 그 남자가 발병의 근원일 수 있다는 의혹도 생겨난다.

검증되지 않은 약이 치료제로 소문나고,그 약을 구하려는 이들이 약탈과 폭동을 일으킨다. 일부 도시는 봉쇄령이 내려진다.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약사의 주가는 폭등한다.

막상 바이러스의 정체를 확인하고 치료제를 만들고 나면 그동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헛되게 사용했는지 깨닫게 된다. 베스가 바람났던 남자가 바이러스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듯.

소더버그 감독은 다큐멘터리처럼 절제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바이러스의 정체를 발견하는 순간의 감동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전염병의 공포와 혼란만이 소더버그의 관심사다. 맷 데이먼과 귀네스 팰트로뿐 아니라 케이트 윈즐릿,주드 로,마리옹 코티아르,로렌스 피시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