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사는 알락딱새의 몇몇 개체군은 90%나 감소했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탓이다. 온난화 영향으로 알락딱새 먹잇감인 벌레의 번식 시기가 당겨지면서 부화한 새끼들이 먹이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캐나다 유콘강에 사는 붉은다람쥐는 예전보다 일찍 새끼를 낳는다. 온난화 현상으로 먹이인 가문비나무 열매가 풍부해져서다. 반대로 북아메리카 동부지역에 서식하는 병자초 모기 애벌레의 겨울잠은 많이 늦춰졌다. 유전적으로 통제되는 겨울잠 반응체계가 기후변화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지구 생태계가 새로운 진화 국면을 맞고 있다. 인간 활동이 지구환경에 영향을 미치면서 다른 생물들의 생태가 위협받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연구원으로 있는 에얼릭 부부는 《진화의 종말》(부키,2만3000원)에서 "아메리카 대륙을 누비던 매머드,낙타,거대한 땅늘보 등 홍적세 거대동물이 단기간에 멸종한 것은 인간 사냥꾼 때문"이라며 "인간은 지금도 전 지구적 환경을 급속히 변화시키며 또 한 차례 대량 멸종을 이끄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한다.

저자 부부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하나의 종이 어떤 과정으로 지구를 지배하고,그 과정에서 환경과 어떤 상호작용을 했으며,지구는 어떤 상태에 놓이게 됐는지를 추적한다. 그러면서 인간이 지배하는 지구의 앞날을 전망한다. "진화 과정에 대량 멸종의 위기가 닥치듯이 인류 또한 스스로 변화시킨 환경의 영향을 되받는 미래의 '멸종 위기종'으로 몰리고 있다"는 게 그 전망의 결론이다.

저자 부부는 진화론으로 이야기를 푼다. 다윈의 진화론부터 현대 진화론자들 간에 벌어지는 논쟁을 아우른다. 진화론의 기본 개념을 풀어가면서 생태환경의 변화 사례를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맨체스터 후추나방의 환경 적응 사례를 통해 인류가 생태에 끼친 영향을 보여준다. 또 유전자 진화를 결정하는 환경을 얘기하며 살충제와 항생제의 남용을 경고한다. 인간의 진화는 특히 문화에 초점을 맞춰 설명한다. 문화적 진화의 관점에서 전쟁,농경,가족과 국가의 탄생,사회 규범의 성립을 살펴보며 지각과 종교에까지 논의영역을 넓힌다.

저자 부부는 또 호모 사피엔스가 지배하는 지구가 지속 가능한지 묻고 인구,생물권,소비,식량자원,기후와 에너지 등을 주제로 답을 한다. 특히 "작은 생태계의 위기는 지구 생태계 시스템의 파멸을 경고하고 있다"며 "오존층 파괴와 지구 온난화는 머지않은 시한폭탄"이라고 주장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