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메모리가 일본 내 생산능력의 40%를 대만으로 이전한다고 밝히면서 이를 두고 전문가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엘피다메모리는 일본 내 유일한 생산 거점인 히로시마 공장의 생산 설비를 대만 자회사인 렉스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앞으로 대만에서는 범용품을, 히로시마 공장에서는 스마트폰용 등 고기능 제품을 생산한다.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은 "표면적인 이유는 공장의 설비 시설 노화 때문"이라며 "업계에서는 엘피다의 히로시마 공장에 대해 생산 설비 시설이 노화됐다고 여러차례 지적해왔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어 "그러나 실질적인 이유는 시장 상황 악화에 따른 일시적인 감산 조치로도 볼 수 있다"며 "생산능력의 40%에 달하는 부분을 옮기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도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엘피다의 전략적 고심이 보이는 선택"이라며 "특히 렉스칩의 경우 파워칩 등 대만의 다른 반도체업체와는 달리 엘피다와 생산라인 세대의 기술적 차이가 없는 것도 장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산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조건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게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D램 가격 하락과 엔고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며 "대만 쪽 비중을 높임으로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풀이했다.

다만 환율 개선 효과 이상의 가격 경쟁력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체에는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피다의 히로시마 공장의 D램 생산능력은 직경 300밀리 실리콘 웨이퍼 기준으로 월 평균 약 12만장이다. 이중 최대 40%에 해당하는 약 5만장 분의 제조설비가 앞으로 1년 안에 대만 자회사인 렉스칩에 단계적으로 이전된다. 기존 공장의 인접지에는 약 200억엔을 투입해 반도체 제조용 클린룸을 정비한다.

렉스칩의 현재 생산량은 약 8만5000장이다. 새로운 생산라인을 가동하면 13만5000장으로 늘어 엘피다의 일본과 대만 생산 비율이 기존 6대4에서 3대7로 역전된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