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맡아줄께"

명절연휴 만원, 이만원이 모여 커진 내 아이의 용돈. 돈을 쥔 아이는 웃고있고, 이를 바라보는 엄마는 "한번에 다 써버리진 않을까"라며 걱정하기 시작한다.

'내 아이를 위한 3개 통장'의 저자이자 어린이 경제 교육 기관 아이빛 연구소(http://www.ivitt.com/)를 운영중인 황선하 대표는 14일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받는 용돈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에 따라 자녀의 경제관념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추석 용돈을 활용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예로 '용돈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과 '받은 용돈을 부모가 맡아주는 것'을 예로 꼽았다.

아이들에게도 명절에 받는 추가적인 용돈은 '즐거움'이다. 부모라고 해서 이 즐거움을 강제로 막을 이유는 없다.

'엄마가 대신 맡아줄께' '가지고 있다가 필요할 때 줄께'라는 말은 부모에 대한 불신을 갖게 만든다. 이렇게 '불신에 대한 학습'이 반복되면 아이에게 추가적인 용돈은 '감춰야 할 것'이 되어버릴 수 있음을 기억하자.
부모는 아이가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해야한다.

부모가 명절에 받은 돈을 '경제교육'의 기회로 삼는다면 아이에게는 10만원의 용돈의 가치보다 더욱 큰 경제 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황 대표는 명절에 자녀가 받은 용돈의 3가지 활용법을 제시했다. 경제교육의 기능과 합리적인 소비의 기능, 재테크의 기능이 그것이다.

황 대표는 "지금 내 아이가 받은 10만원의 용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100만원, 1000만원 이상의 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경제 교육의 기능은 간단하다.

경제관념이 없는 아이들은 손에 돈이 쥐어지면 당장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려고 한다. 하굣길 군것질로 돈을 몽땅 써버릴 수도 있고, 가진 돈으로 한 번에 고액의 장난감을 사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써버린 돈은 자녀에게 아무런 의미를 줄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자녀의 소비를 막으면 안된다. 부모는 자녀의 충동적인 소비를 억제해 계획과 관리하는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황 대표는 "용돈을 통해 아이들에게 '내일의 소비'가 있음을 알려 줘야한다"며 "내일을 위해 지금의 소비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과 계획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내 아이가 부자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다“고 전했다.

합리적 소비의 기능은, 아이가 가진 돈을 모두 털어 사고 싶은 물건을 사게 하는 것이 아니다.

20만원짜리 자전거를 갖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20만원의 명절 용돈이 쥐어졌을 때 자전거를 사는데 10만원의 돈을 사용하고, 10만원의 돈은 저금을 하도록 하자. 나머지 10만원의 돈은 부모가 보태어 주거나 용돈을 모아 목돈을 마련하게 한다. 아이에게 물건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돈을 사용하는 계획과 관리능력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추석 용돈 엄마가 대신 맡아줄께" 발언은 절대 금물
이가 사고 싶어 하는 것이 너무 저렴해서 명절 용돈으로 바로 구입이 가능하거나, 충동적인 구입의 경우라면 상황이 좀 다르다.

아이와 평소에 구입을 원하는 것과 구입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습관을 들여서 소비를 늦추는 연습을 하며, 기간을 조금씩 늘려가야 한다.

미리 약속된 것만 구입하도록 규칙을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돈을 함께 모아 간다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소비가 지연되며 충동구매를 줄일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라면 가족의 경제상황을 함께 공유하며 용돈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전달해주어 아이 스스로 생각을 해보도록 유도해 주는 것이 좋다.

'추가적인 용돈'을 받은 아이들에게 저금의 기능을 알려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녀 명의로 된 통장이 없다면, 추석에 받은 용돈을 계기 삼아 자녀 명의로 된 통장을 만들자.

아이의 용돈은 오랫동안 묶어 두고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 황 대표는 자녀 용돈을 활용하는 상품으로 '복리식 적금통장(비과세)'나 '금통장'을 추천했다.

'복리식 적금통장(비과세)'에 적금을 처음 시작했다면 월 5~10만원씩 불입할 것을 추천한다. 아이들은 용돈을 쪼개 월납입 금액을 불입하고, 나머지 금액은 부모가 보조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기투자를 한다면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금통장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매번 용돈이 생길 때마다 당시의 시세로 금통장에 돈을 넣으면, 돈의 액수만큼 금을 통장에 그램(gram)으로 표시해 준다.

골드뱅킹을 하는 것은 당시의 변동폭을 통해 아이들에게 '경제'에 대한 교육을 자연스럽게 인지시키게 되므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온다.

황 대표는 "부모는 용돈 교육의 목적이 '계획적인 지출과 자기관리'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성인들도 보너스를 받으면 주변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거움을 나누려고 하듯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영화든 음식이든 명절에 받은 보너스의 일정부분(1만원선)은 친구들과 즐겁게 사용하는 방법도 알려주자. 아이에게 경제는 즐거움으로 다가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