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서도 이렇게 젊고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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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랑추랑<美廊醜廊> - 정석범의 재미있는 미술이야기 (6)
2천년 전 미라 초상화의 염원
영생불사 믿었던 이집트인 한창 때 모습 그림으로 남겨
2천년 전 미라 초상화의 염원
영생불사 믿었던 이집트인 한창 때 모습 그림으로 남겨
호수처럼 맑고 커다란 눈에 오뚝한 코,여기에 자그맣고 보드라운 입술을 한 한창 때의 여인 얼굴이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끈다. 그녀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은 우리에게 금방이라도 말을 걸어올 듯하고 짙은 눈썹의 우수 어린 눈빛은 처음 본 사람의 마음 속에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혹자는 무슨 '얼짱' 연예인 얘기를 하나 추측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건 나무 패널 위에 그려진 고대 초상화에 대한 얘기다.
루브르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에서 만나는 이 낯선 초상화들은 그 경이로운 모습으로 관심을 끌지만 다른 한편으론 우리들을 끝없는 당혹감에 빠뜨린다. 경이로움은 그 얼굴들이 지닌 개성적이고 모던한 아름다움에서 오는 것이고 당혹감은 그것들이 사자의 미라에 부착된 것으로 죽음이라는 꺼림칙한 관념을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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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이 초상화를 접하는 행운을 잡은 사람은 프랑스 고고학자인 다니엘 마리 푸케였다. 그는 50여점의 고대 초상화가 발견됐다는 브로커의 얘기에 잔뜩 기대를 품고 한 이집트인에게 달려갔는데 현장에 도착한 그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뜻밖에도 그가 고대하던 물건들의 대부분이 잿더미로 변해버린 뒤였기 때문이다. 며칠간 날씨가 추워 초상화를 갖고 있던 이집트인이 그새를 못 참고 그것들을 불쏘시개로 사용해버린 것이다. 그는 단 두 점에 만족해야 했다.
가장 크게 한건 올린 것은 영국 고고학자 플라인더스 페트리였다. 그는 1887년 파이움의 하와라 공동묘지에서 81점의 패널 초상화를 찾아내 런던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엶으로써 파이움 초상화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일등공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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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초상화들에 보이는 개성적인 얼굴 묘사는 이집트 회화 전통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것은 알렉산더의 부하인 프톨레마이오스가 이집트를 지배할 때 그리스 미술의 전통이 이식된 결과였다. 결국 이 미라 초상화는 그리스 문화가 이집트 장묘문화와 결합하면서 탄생한 문화교류의 산물인 셈이다.
초상화 속의 사람들은 오래 전 이승의 문턱을 넘었지만 그들의 아름다운 얼굴은 그들이 꿈꾸던 영생의 삶이 어떤 것이었는가를 짐작케 한다. 그것은 젊고 아름다운 한창 때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곳에 현세의 행복을 가져갈 수는 없었다. 죽음과 함께 그들은 사랑하는 이와 작별해야 했고 어두컴컴한 지하 묘지에 유폐됐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가에 맴도는 까닭 모를 우수는 그런 현세와의 작별에 보내는 아쉬움이 아니었을까.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 미술사학 박사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