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고 있는 미국 여성 미술가 제니 홀저(61 · 사진)의 작품은 개념미술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는 풋스툴(Footstools · 발받침)에 'Men Don't Protect You Anymore(남성들은 더 이상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Someone Else's Body is a Place for Your Mind to Go(다른 누군가의 육체는 당신의 정신을 위한 안식처다)'라는 짧은 시를 흰색 대리석 의자에 새기고 '생존'이란 제목을 달아놨다. 제목을 여러 번 읽어봐도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다.

홀저는 "전광판과 대리석,포스터에 짧은 경구나 유명 문인들의 문장을 담아 뉴욕 타임스 스퀘어 같은 공공장소에 설치한 뒤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1990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그는 언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 · 정치적 이슈를 부각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그의 작품은 포스터뿐만 아니라 티셔츠나 야구 모자,경주용 자동차,의자,LED(발광다이오드) 전광판,인터넷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우리 삶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이야기를 건넨다. '남자는 엄마가 되는 것이 어떤 건지 알 수 없다' 등의 짧은 문장을 담아낸 작품들은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이고,여성적이면서 정치적이다.

그는 자신의 인기에 대해 "작품을 만들 때 모던한 기술을 적용하지만 궁극적인 대상이 전통 문학의 문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인들의 글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사람의 글을 인용하고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80년대 초부터 LED 전광판을 작품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내달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뉴욕,베니스,런던의 공공장소에서 문장을 투사시킨 뒤 이를 촬영한 '라이트 프로젝션' 작업 13점을 비롯해 LED를 이용한 전광판 작업,대리석 조각 등 23점을 만날 수 있다. (02)733-844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