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6일 발표한 차관급 인사에서 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 내정되면서 재정부 1급 관료들의 마음이 바빠졌다.

재정부에는 정무직인 차관 승진을 앞두고 있는 1급 고위직만 7명에 달한다. 신 내정자와 행시 기수가 24회로 같은 1급 고위직만 강호인 차관보, 구본진 재정업무관리관, 박철규 기획조정실장, 백운찬 세제실장 등 4명이다. 25회와 26회도 3명이다.

이들은 신 내정자와 경합하던 추경호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으로 가게 되자 일단 안도하고 있다. 행시 25회인 추 비서관이 선임 차관으로 올 경우 고위직 인사 전반을 흔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검찰처럼 동기가 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용퇴한다는 인사 관행은 없지만 후배 기수가 차관으로 올 경우 아무래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록 기대했던 내부 승진이 안 돼 아쉽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분위기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내심 정무직을 기대하고 있는 1급 고위직들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 임기가 1년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장 · 차관 인사가 단행되더라도 후배 기수들과 경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경우 1급 이상 고위직은 사표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정무직 커트라인이 26회나 27회로 내려올 경우 인사 적체가 심한 재정부로서는 이래저래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