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 역전…2년物이 5년物 추월
채권 투자자들이 경기둔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장기채권 매수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5년 만기와 2년 만기 채권 금리가 33개월 만에 뒤집혔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46%로 전날보다 0.11%포인트 하락(채권가격 상승)했다. 반면 2년 만기 통화안정증권 금리는 연 3.49%로 0.08%포인트 내리는 데 그쳐,만기가 3년 더 긴 국고채보다 금리가 높아졌다.

두 금리가 역전된 것은 2008년 12월10일 이후 처음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3.35%)도 1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3.37%)보다 낮아지는 등 장 · 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본격화됐다.

일반적으로 장기채권 금리는 기간 리스크가 반영돼 단기채보다 높게 형성된다. 하지만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거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높아질 때 일시적으로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 고조와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으로 저성장 기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장기금리 하락을 이끌고 있다"며 "반면 2년 이하의 단기금리는 한국은행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지를 나타낸 영향으로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다"고 금리 역전 배경을 설명했다.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장기채 '쏠림'도 이번 금리 역전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국인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절대금리와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 장기채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신동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불안이 각국 제조업지수 둔화와 고용지표 악화로 이어지고 있어 장단기 금리차는 계속해서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