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마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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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임산부는 듣지 말고.김 대리,오늘 또 지각이야.엉!(센스 있는 팀장님)/ 애들이 기다리는데 집에 안갈거야(따뜻한 부장님)/ 육아휴직 1년 동안 잘 키웠네,회사도 이렇게 잘 키워줄 거지(든든한 사장님)/ 하나도 안 바쁘다니까. 부인한테 집중해(의리있는 동료).'
보건복지부의 저출산 극복 캠페인을 다룬 TV공익광고다.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그러나 많은 이들의 희망사항임엔 틀림없는 어느 회사의 분위기를 통해 남녀 직장인 모두 마음 놓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게 하자는 건데 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은 다음 문구다.
"고마운 마더들이 있기에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언제나 마음을 더해주는 당신,당신이 마더입니다. 마더하세요!" 웬 마더? 설명인즉 '마음을 더하다'의 줄임말이다. 그러니까 '고마운 마더들'의 마더들은 '마음을 더해주는 이들'을 뜻한다는 얘기다.
'마더하세요'는 또 뭔가. '마음을 더하세요'와 '엄마 되세요'의 합성어라지만 말을 지어낸 복지부 관계자들을 제외한 일반인들 가운데 그렇게 알아들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대다수 사람들에겐 그저 '엄마하세요'로 들릴 게 뻔하다.
얼마나 고심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그동안 짜낸 아이디어와 퍼부은 예산 모두 적지 않은데 별 효과가 없으니 답답했을 것이다.
출산이 국가적 과제라고 아무리 강조해봤자 출산과 육아를 개인의 문제 내지 생산성 저하의 주범으로 바라보는 한 출산율 제고는 불가능하다. '마더하세요' 캠페인 역시 세계 최저인 출산율을 높이자면 출산보조금이나 아파트 청약우선권 같은 일시적 혜택보다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직장 및 가정 환경 개선,곧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아빠와 기업,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배려가 더해져야 하는 일이란 분위기 조성이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시도일 것이다.
그러나 언어는 국가 및 국민의 정체성을 좌우한다. 안그래도 인터넷과 휴대폰 확산으로 무슨 말인지 알기 힘든 신 · 변종 외래어가 판치는 마당에 정부까지 나서서 국적 불명의 말을 만드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동네 쌈지공원 미끄럼틀에 '웰컴 투 드림 팩토리'라고 써놓는,터무니없는 일 또한 사라져야 마땅하다. 정 그러고 싶으면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부터 치우든지.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보건복지부의 저출산 극복 캠페인을 다룬 TV공익광고다.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그러나 많은 이들의 희망사항임엔 틀림없는 어느 회사의 분위기를 통해 남녀 직장인 모두 마음 놓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게 하자는 건데 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은 다음 문구다.
"고마운 마더들이 있기에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언제나 마음을 더해주는 당신,당신이 마더입니다. 마더하세요!" 웬 마더? 설명인즉 '마음을 더하다'의 줄임말이다. 그러니까 '고마운 마더들'의 마더들은 '마음을 더해주는 이들'을 뜻한다는 얘기다.
'마더하세요'는 또 뭔가. '마음을 더하세요'와 '엄마 되세요'의 합성어라지만 말을 지어낸 복지부 관계자들을 제외한 일반인들 가운데 그렇게 알아들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대다수 사람들에겐 그저 '엄마하세요'로 들릴 게 뻔하다.
얼마나 고심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그동안 짜낸 아이디어와 퍼부은 예산 모두 적지 않은데 별 효과가 없으니 답답했을 것이다.
출산이 국가적 과제라고 아무리 강조해봤자 출산과 육아를 개인의 문제 내지 생산성 저하의 주범으로 바라보는 한 출산율 제고는 불가능하다. '마더하세요' 캠페인 역시 세계 최저인 출산율을 높이자면 출산보조금이나 아파트 청약우선권 같은 일시적 혜택보다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직장 및 가정 환경 개선,곧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아빠와 기업,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배려가 더해져야 하는 일이란 분위기 조성이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시도일 것이다.
그러나 언어는 국가 및 국민의 정체성을 좌우한다. 안그래도 인터넷과 휴대폰 확산으로 무슨 말인지 알기 힘든 신 · 변종 외래어가 판치는 마당에 정부까지 나서서 국적 불명의 말을 만드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동네 쌈지공원 미끄럼틀에 '웰컴 투 드림 팩토리'라고 써놓는,터무니없는 일 또한 사라져야 마땅하다. 정 그러고 싶으면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부터 치우든지.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