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국회에 안 들어왔으면 영입에선 앞 순위였을 것이다. "

2006년 3월,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려고 준비하던 이계안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렇게 푸념했다. 열린우리당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영입,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운 데 대해 당 지도부를 향해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도 영입문제로 시끄러웠다. 강 전 장관에 맞서 오세훈 변호사를 끌어들이려는 데 대해 홍준표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를 인기 탤런트 선발대회로 몰아가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오 변호사는 2004년 의원직을 그만두고 정치권을 완전히 떠난 상태였다. 홍 후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은 결국 오 변호사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는 데 성공했다.

서울시장 후보 영입 사례는 이뿐만 아니다. 민선 시대를 연 1995년에 민자당은 총리를 지낸 정원식 씨를 후보로 내세웠고 민주당은 경제학자인 조순 씨를 대항마로 출전시켰다. 두 사람 모두 그때까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었던 만큼 영입파끼리 싸움이었던 셈이다. '김영삼(YS)-김대중(DJ)'의 대리전 성격이 강해 양당은 사활을 걸었으며 '서울 포청천'을 앞세운 조 후보가 이겼다. 정치인 박찬종 후보는 초반 여론지지율 1위를 기록했지만 무소속이란 한계를 넘지 못했다.

1998년엔 영입파와 현역 정치인의 대결 구도였다. 이미 서울시장과 총리를 역임한 고건 씨가 집권 여당이던 국민회의 후보로 나서 최병렬 한나라당 후보에게 승리를 거뒀다. 영입파와 정치인 대결은 2002년에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이명박 현 대통령은 정치인 김민석 후보(민주당)에게 30만표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이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으로 1998년 배지를 잃고 당 밖에 머물다 경선 없이 후보로 확정됐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에선 영입형으로 분류했다.

결과적으로 민선 자치 시대 이후 현역 정치인은 영입인사에게 모두 패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외부인사를 모셔 오려는 이유는 뭘까. 기존 정치인들은 식상한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선거 경쟁력에서 한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치 불신도 한몫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정치인보다는 전문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인사를 내세우면 유권자들의 호응을 더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당내 갈등으로 후보를 정하기 쉽지 않은 만큼 외부 인사를 데려오면 오히려 당을 뭉치게 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선은 서울시장과 다르다. 고건,조순 전 서울시장과 정운찬 전 총리도 대선을 준비했으나 모두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김 교수는 "서울시장은 정치권과 일정 정도 거리가 있는 독립적 · 행정적 성격이 강해 정치적 세력 없이도 후보로 나서는 데 별 무리가 없지만 대선은 전국적 선거인 만큼 탄탄한 정치적 기반이 없으면 후보가 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