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간의 스님들은 관광객이 북적대는 걸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고찰일수록 불교신자는 물론 일반 관광객들이 즐겨 찾지만 절을 지키는 스님들에겐 고역이다. 출가자의 수행과 일반 신자들의 신앙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경남 합천 해인사의 경우 관광지가 된 현재의 사찰과 별도로 수행과 신행을 위한 제2 해인사 조성을 검토했을 정도다.

그런 해인사가 오는 23일부터 11월 6일까지 산문을 활짝 열고 세인들을 초청한다. 고려 현종 때인 1011년 거란의 침입을 물리치기를 염원하며 조성한 초초대장경 간행 1000년을 기념해 열리는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을 위해서다.

◆절 안팎이 모두 축제장

세계문화축전은 합천군 가야면 야천리 943 일대에 조성된 축전 주행사장과,여기서 해인사에 이르는 테마로드 '해인사 소리길',축전행사의 일부로 기획된 국제미술전 '해인아트 프로젝트'가 열리는 해인사 경내 등 크게 세 곳에서 진행된다. 경상남도와 합천군,해인사가 공동 주최하는 만큼 가을철에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여느 축제와는 달리 종교와 문화,감상과 체험,과거와 현재 · 미래가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다.

88고속도로 해인사IC에서 6㎞쯤 떨어진 축전 주행사장은 대지 12만4620㎡에 연면적 9263㎡ 규모다. 자세한 행사 내용은 축전 홈페이지(tripitaka2011.com)에서 알 수 있지만 굵직한 행사만 살펴봐도 놓치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영구적 전시장이 될 대장경 천년관에선 부처님의 탄생부터 열반,경전 결집과 16년에 걸친 고려대장경 조성,100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대장경 보존의 비밀 등을 알 수 있고 대장경 실물도 만날 수 있다. 정신문화관,지식문명관,세계교류관,세계시민관 등에선 활자가 연 새로운 문명의 역사와 대장경에 담긴 지혜를 알 수 있는 전시와 60여개국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판각판화전,108배 릴레이 기네스북 도전 등이 동시에 진행된다.

마당놀이 형식의 주제공연과 국내외 공연팀의 상설공연,대장경 판각 · 인경 체험,장경판전 모형 조립 체험,등 만들기,사찰음식 · 다도체험,장승 · 솟대 만들기,클레이 점토 체험,미니염주 · 풍경 만들기,천년의 보물찾기 등 체험 · 참여형 행사도 다채롭다. 해인사 경내에서는 국내외 조각가들이 참여하는 야외조각전과 성보박물관 국제전,구광루 국제회화전이 열린다.

◆홍류동 계곡 따라 걷는 해인사 소리길

축전행사장에서 해인사에 이르는 6㎞가량의 홍류동 계곡길은 '해인사 소리(蘇利)길'로 단장했다. 홍류동 계곡은 가을 단풍이 너무 붉어서 물이 붉게 보인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다. 그만큼 가을 풍경이 빼어나다. 고운 최치원이 갓과 신발만 남겨 놓고 신선이 됐다는 전설이 담긴 농산정과 그의 시를 새긴 큰 바위를 비롯해 낙화담과 분옥폭포 등 19곳의 명소가 홍류동 계곡에 담겼다.

해인사 소리길은 구간별로 돌아보는 길,함께 가는 길,칭찬하기,맨발로 걷기,동화되기,비움의 자리,마음씻기,명상의 길,마음 전하기 등 10여개의 테마를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 여행 팁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의 입장료는 어른 1만원,청소년 8000원,어린이 6000원이다. 9월20일까지 사전 예매하면 최대 35%까지 싸게 살 수 있다. 예매할 경우 어른은 8000원,청소년 6000원,어린이 4000원.단체로 예매하면 할인율은 더욱 커서 어른 6000원,청소년 4000원,어린이 3000원에 입장할 수 있다.

축전 입장권으로 주행사장은 물론 해인사,합천박물관,오도산 자연휴양림,영상테마파크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니 예약은 필수다. 농협 전국 지점과 경남은행,티켓링크(ticketlink.co.kr) 등에서 예매할 수 있다.

서울·대전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청원IC~당진상주고속도로~낙동IC~중부내륙고속도로~성주IC~33번국도~주행사장으로 가면 된다. 광주·부산에선 88고속도로~해인사IC~59번국도~주행사장으로 연결된다. 대구·대전에서 고속·시외버스로 가도 된다. 합천시외버스터미널 (055)931-4456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