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가 남아 있는 줄 알고 미리 못 샀어요. 어떻게 입장권 좀 구할 방법 없을까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입장권관리부 직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부탁이다. 이들은 개회식 이후 1인당 하루 평균 200여통에 가까운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 입장권을 구할 길이 없다며 방법을 묻는 전화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조직위도 더 이상 표를 구할 방법이 없다.

1일 첫 경기가 시작되는 오전 10시.주경기장인 대구스타디움 매표소 앞은 현장 체험학습을 하러 나온 대구지역 초 · 중 · 고교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경기장에서 떨어져 있거나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동원한 전세버스만 1155대에 이른다.

대회조직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24만8674명이 경기장을 찾아 2007년 오사카 대회의 총 관중 25만4399명에 육박했다.

이 추세라면 역대 최고 흥행 대회로 평가받는 2009년 베를린 대회의 총 관중 39만7000명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단체 입장권 많아 빈자리 늘어

관람객의 입장률은 90%를 넘어서고 있다. 우사인 볼트가 100m 결승에 출전했던 지난달 28일엔 95%를 넘기도 했다. 관중 수는 역대 최고를 경신할 조짐이지만 매일 빈 좌석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대회 조직위가 개인보다 단체 판매에 치중해 전석 판매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입장권을 100장 이상 한꺼번에 구입한 단체가 367군데에 달하며 총 장수로는 3만6700장이다. 이는 하루 전석 판매량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날 오전 역시 학생들로 자리가 채워졌지만 곳곳에 빈 관람석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입장해서 한 시간 정도 경기를 관람한 뒤 복도나 매점 등으로 옮겨갔다.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오전 경기에 빈자리가 오후보다 더 많아 보이는 이유다.

◆사표(死票) 처리도 문제

경기장을 찾지 않아 사표 처리되는 표도 많다. 입장관리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판매된 입장권은 3만4030장이었지만 실제 관람하러 온 숫자는 2만2040명에 그쳤다. 이번 대회의 사표율은 무난한 수준으로 별 문제는 없다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직접 돈을 내고 구매하면 대부분 경기장을 찾겠지만 무료로 표를 얻은 시민 중에는 표를 그냥 묵히는 경우도 적잖다"며 "대구 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장의 구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원래 축구경기장으로 지어진 대구스타디움의 관중석은 6만6000여석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육상경기 관람의 편의를 돕기 위해 3층을 폐쇄하고 1,2층 관람석만 개방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만4000여석의 관중석이 있지만 빈 자리가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조직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구=김덕용/서기열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