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만 고르면 반의 반값에 살 수 있겠네요. 마음에 듭니다. "서울 한강로2가 두바퀴희망자전거에서 만난 한 고객은 전시된 자전거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환하게 웃었다. 인근에 볼일이 있어 나온 김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렀다는 그는 할리데이비슨을 2대 가지고 있는 바이크 마니아다. 그런 그에게도 두바퀴희망자전거의 재활용 자전거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는 "프레임과 타이어 등 모두 수준급"이라며 그 자리에서 두 대를 사갔다.

◆특별자활사업으로 2006년 시작

SK그룹이 지원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두바퀴희망자전거는 자전거 재활용사업으로 노숙인과 쪽방 거주민 등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고 있다. 2006년 용산구의 노숙인 특별자활사업으로 출발,지난해 2월 서울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아파트나 공원에 버려진 자전거를 수거해 재활용한 뒤 판매하고,봉사단체와 연계해 기부 물량을 공급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서울 갈월동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 지하에서 첫 해 6명으로 시작한 근무자는 이제 사회복지사인 오영균 사무국장을 포함해 모두 9명으로 늘었다. 매주 수,목,토요일엔 아파트 단지 등을 돌며 이동수리를 진행하고 있고,토요일엔 뚝섬 아름다운가게에서 자전거를 판매하고 있다. 오 국장은 "수거하거나 기증 받은 자전거는 모두 분해해 다시 쓸 수 있는 것들만 녹을 제거하고 세척실에서 하나하나 씻은 뒤 새로 조립해 만든다"며 "안전에 바로 연결되는 기어와 브레이크는 대부분 새 부품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9명의 직원들이 하루에 만들어내는 재활용 자전거는 대략 20대 정도다. 이동수리 때 들고 나가 대당 5만~15만원으로 판매하는 물량과 가게를 직접 찾아오는 경우를 더해 하루에 10~15대를 판다.

◆어엿한 직원,소속감 생겨

두바퀴희망자전거는 과거 청소,급식 보조 등에 머물러 있던 노숙인들의 자활사업을 좀더 실질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성공회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의 방동환 사회복지사는 "일반인들과 같이 일하는 곳에선 제대로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예전에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셨거나 관련 일을 하셨던 분들이 기술을 가르치며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엔 용산구청의 도움으로 남영역 근처 욱천고가 아래에 100평 남짓한 새 작업장도 마련했다.

사회적기업이 되면서 근무자들의 처우도 개선됐다. 오 국장은 "시의 특별자활근로를 할 땐 한 달에 근무일수도 15일로 제한되고,급여도 40만원이 채 못 됐다"며 "서울시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면서 봉급이 한 달에 108만원으로 늘어난 덕에 모두들 노숙생활을 청산하고 자리를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지난해 3100만원이었던 매출은 올 연말까지 8000만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엔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을 위해 종교법인 내 사업단이던 조직을 분리해 비영리민간단체로 바꿨다.

◆SK그룹의 꾸준한 지원

SK그룹은 지속적인 지원으로 두바퀴희망자전거의 성장을 돕고 있다. 지난해 11월 자전거 100대를 구매한 데 이어 올 5월엔 SK행복나눔재단에서 400대,2000만원어치를 매입해 복지단체 등에 기증했다. SK텔레콤의 직원 두 명은 프로보노(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문가들의 봉사)활동을 통해 3개월간 기업이미지(CI)작업에 참여했다. 지난 8월엔 전 직원이 그룹 사회봉사단장인 김신배 부회장과 함께 인천 문학야구장을 찾아 스카이박스에서 야구 관람도 같이했다.

오 국장은 "직원들이 지나가는 말로 야구장 가고 싶다고 했더니 바로 연락이 오더라"며 "이동 수리 때 간이 의자가 필요하다고 하니 그날로 수백개를 가져다주는 등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주는 모습이 고맙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최태원 회장이 직접 회사를 찾았을 땐 지하 작업장의 난방시설을 교체해줬다.

◆겨울철 동남아 지원 등 절실

인건비와 한 달에 100만원 정도인 관리비는 부담이다. 시에서 인건비 지원이 절반밖에 나오지 않는 탓에 나머지 400만원은 고스란히 회사에서 책임져야 한다. 500만~600만원 수준인 매출에서 인건비와 관리비,부품구입비를 빼면 남는 게 없을 정도다. 오 국장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5개월간은 사실상 매출이 없다"며 "2008년 필리핀에 800대를 공급했던 것처럼 이 기간 동안 동남아시아 지역 자전거 지원사업 물량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 2월 노동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으면 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안겨다주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