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미국발(發) 더블딥(이중침체) 우려와 유럽발 재정위기 확산 걱정으로 폭락장을 거친 후 투자심리가 채 안정되지 못한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8월 쇼크'가 진정되는 과정이 다음달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31일 오전 11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73포인트(0.15%) 오른 1846.55를 기록 중이다.
이달 초 미국과 유럽 악재에 발목 잡혀 급락한 지수는 점차 저점을 높여가는 흐름을 거쳐 1850선 부근까지 되돌아왔다.
증권업계에선 하락분을 다소 회복했지만 지난달 초 대비 아직 289.39포인트(30일 종가 기준) 격차가 남은 만큼 저가 메리트 부각 등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1900선까지 되돌아 갈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동양 솔로몬 신한 유진 키움 한국 한양 현대 NH 등 9개 국내 증권사가 제시한 9월 코스피지수 전망치 고점 평균은 1932.2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0일 종가 대비 4.79% 높은 수치다.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한 유진투자증권의 곽병열 애널리스트는 "다음달엔 미국 정책투여 기대에 힘입어 미니랠리가 가능하겠지만 유럽 재정위기 재발에 대한 경계감이 완전한 추세복귀를 제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신뢰의 위기'에서 '신뢰의 회복' 국면으로 점차 이행되겠으나, 거쳐야 할 정책시차와 금융시장의 기대 괴리를 감안하면 변동성 장세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달 초 나타난 급락장세가 미국을 필두로 한 경제침체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확산 걱정이 촉발한 투자심리 냉각 때문이란 점에 비춰 다음달에도 해외변수들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음달 5일 미국 노동절 휴일 직후 발표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과 미 공급자관리협회(ISM)제조업지수 결과, 이탈리아 국채 만기 통과 등이 변수로 꼽혔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강-중-강' 패턴을 나타내겠지만 추세복귀로 보긴 이르다"며 "코스피지수 1880선이 지수 향방을 정할 주요구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월초 강세, 이후 쿼드러플위칭데이 및 추석연휴로 인한 혼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유로 재무장관회담 등에 따른 월말 강세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심 팀장은 예상했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증시가 올해의 바닥이기 때문에 1∼2개월 정도는 올라가기 위한 준비와 함께 진통을 겪을 것"이라며 "이달 증시의 가파른 하락과 선진국 통화 정책 및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 때문에 하단이 1750으로 제한되고 상단도 1950으로 높지 않은 구간에서 갇힌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달엔 증시 흐름에 발맞춰 보다 단기 매매에 나서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곽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중기적으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국면과 유사한 변동성 장세 성격을 보일 것"이라며 "업종전략 역시 금융위기 이후 국면처럼 조선과 건설, 철강을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변동성 장세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팀장은 "다음달 증시가 완만한 달러 약세 기조 속에 안정을 찾는다면 중소형주 종목 장세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음달은 증시 안정을 기반으로 대형주를 트레이딩(단기 매매) 하고 중형주는 보유 기간을 좀 더 길게 가져가는 기술적인 매매가 필요한 달"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15개월 만에 중국 주식 순매수로 돌아섰다. 미국 매그니피센트7(M7)이 주춤하고 중국 기술주가 반등하면서 해외 투자 수요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는 홍콩과 중국 증시에서 주식을 4억8979만달러(약 716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을 순매수한 건 2023년 11월 이후 15개월 만이다.중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중국 주식은 중국 전자제품 기업인 샤오미였다. 순매수액 6446만달러(약 941억원)로 전체 해외 주식 가운데 순매수 14위를 기록했다.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는 순매수 금액 5949만달러로 중국 주식 중 2위였다.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2877만달러), 반도체업체 SMIC(1093만달러), 중국 최대 로봇기업 유비테크(1093만달러)에도 매수세가 집중됐다.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기술기업 관련 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민간기업 좌담회를 열어 알리바바 등 주요 기술기업 지원을 약속했다. 알리바바는 좌담회 이후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부문에 3년간 3800억위안(약 7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중국 민영기업의 AI 투자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4일 개막한 양회에서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얼마로 제시할지, 부양책은 얼마나 구체화할지가 중요하다”며 “기대 이상의 내수 부양책이 나온다면 내수주가, 기대 수준의 부양책이라면 기술주가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나수지 기자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에 크게 휘둘리는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의지를 거듭 강조하자 자동차와 2차전지주가 약세를 보였고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전면 중단으로 조선과 방위산업 업종 주가는 크게 올랐다.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1.4% 하락한 19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신저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현지시간 4일부터 부과한 25% 관세와 관련해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관세 전면전’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현대차는 장중 한때 18만9200원까지 떨어지며 셀트리온에 시가총액 5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현대차가 시총 5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관세 부과에 따른 공급망 차질 우려로 2차전지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5.68% 급락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시총 3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SDI(-4.91%)와 포스코퓨처엠(-7.71%)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트럼프 2기 최대 수혜 업종인 방산·조선주는 급등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8.01% 치솟으며 KB금융을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총 10위권에 진입했다. 현대로템(10.87%)과 한화시스템(8.67%)도 크게 올랐다. 연휴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설전이 생중계되며 유럽 안보 우려가 재부각됐다.조선주는 한·미 양국이 조선업 협력 강화를 논의할 협의체를 각각 꾸리기로 했다는 소식에 뛰었다. 한화오션 주가가 14.54% 올랐고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은 각각 10.05%, 6.25% 상승했다. 미국 입항 때 중국산 선박과 이를 운항하는 선사에 수수료를 부과할 것이란 전망에 HMM도 5.41% 상승했다.이경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투자상품 대신 채권 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4~28일 머니마켓펀드(MMF)에선 4조3629억원이 순유출됐다. MMF는 단기 현금성 자산처럼 활용되는 상품이다. 빠져나간 자금은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도 227억원이 이탈했기 때문이다.대부분은 채권형 펀드로 유입됐다. 초단기채 펀드 순유입액이 333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초단기채는 변동성에 덜 민감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준다”며 “돌발 변수를 감안해 유동성을 유지하면서도 예금보다 나은 수익을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200억원가량은 회사채 펀드로 유입됐다. 해외채권형 펀드엔 2298억원이 추가 설정됐다.정기 배당을 주는 펀드에도 자금이 몰렸다. 배당주 펀드에 766억원, 인컴형 펀드에 502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고위험형인 레버리지형 펀드에서 1322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딴판이다.경기방어적 성격의 상품도 관심을 끌었다. 금펀드엔 361억원이 순유입됐다. 식음료 등에 주로 투자하는 ‘KODEX 미국S&P500필수소비재’ 상장지수펀드(ETF)의 지난주 거래대금은 20억2620만원으로 1주일 새 3.1배 늘었다.선한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