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 정 · 관계 로비 수사의 향방을 좌우할 '거물 로비스트' 박태규 씨(71)가 지난 28일 자진 귀국했다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최재경)가 29일 밝혔다. 주변에 폭넓은 인맥을 과시하며 '박 회장'으로 통했던 박씨가 자진 귀국하면서 답보상태에 빠졌던 부산저축은행의 정 · 관계 로비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4월2일 캐나다로 도피했던 박씨는 28일 오후 5시30분 인천공항에 도착,대검 중수부 수사관들을 따라 바로 대검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미리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으로 박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검찰은 29일까지 이틀째 피의자 신분인 박씨를 상대로 로비 여부에 대해 추궁했으며 30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박씨의 혐의는 △김양 그룹 부회장(59 · 구속기소)에게 지난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현금 6억원이 담긴 가방 수수 △지난해 6월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의 KTB사모펀드를 통해 출자한 총 1000억원 관련 로비 등이다. 검찰은 박씨가 이외에도 그룹에서 많게는 10여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로비 대가인지를 추궁하는 한편 정 · 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로비 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은 5개월 가까이 도피생활을 이어오던 박씨가 자진 귀국한 만큼 그룹 로비와 관련해 일정 정도의 진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박씨가 구속기소를 피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어느 선까지 검찰 수사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일부 '꼬리'에 대해서는 진술을 할 수 있겠지만 '몸통'격인 유력 인사들에 대해서는 함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검찰 관계자는 "로비 여부를 집중 추궁하겠지만 (진술이) 바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검찰은 그룹 로비를 진두지휘한 김 부회장과 브로커 윤여성 씨(56 · 구속기소),역시 로비스트 의혹을 받고 있는 그룹 2대 주주인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59 · 구속기소)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인 결과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김광수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원장,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서갑원 전 국회의원 및 금융감독원 간부들을 기소했다. 그러나 로비의 몸통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의 지휘 아래 수사를 제대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 대검 중수부가 박씨의 입을 통해 여야 의원 등 정치권의 로비 인사를 밝혀낼지 주목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