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원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자리에 오른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은혜를 갚는 것일까.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27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세계 중앙은행 총재 심포지엄에서 미국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반면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대책에 대해선 비판적으로 언급,유로존 국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중앙은행 총재 심포지엄에서 "경기침체 위기가 인플레이션 위기보다 더 크다"며 "상당히 완화된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앞서 기조연설을 한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맥이 통하는 발언이다. 이날 버냉키는 다음달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부양책 실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라가르드는 이어 "경제 성장과 일자리 늘리기를 담보할 신뢰할 만한 재정정책 결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지원 사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라가르드 총재와 미국의 관계를 감안할 때 이 같은 발언들은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IMF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의 후임 경쟁전에서 막판에 라가르드를 공식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라가르드가 IMF 총재에 오른 데는 미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면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인 라가르드는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 수습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잭슨홀 연설에서 "유로존 은행들이 부실 전염을 막으려면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로존 당국자들의 큰 반발을 샀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라가르드의 지적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