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야장천 내리는 빗줄기 속에 여름휴가는 싱겁게 끝났다. 하루하루 바쁜 생활에 쫓기다 보니 벌써 가을이 왔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지만 스산한 바람이 부는 오후, 사람들이 많은 시끌벅적한 장소를 떠나 한적한 산책로를 걸어보는건 어떨까.

'보통날의 서울 산책'의 저자 구지선은 "서울에서 만난 산책길은 멘토이자 피로 회복제였다" 며 "가볍게, 여유롭게, 천천히 시작한 걷기 여행은 한동안 소진됐던 에너지를 충전시켜주고 지쳤던 영혼도 달래준다"며 사울시내 산책코스를 추천했다.

▶ 동대문 미로길 산책 코스


동대문 미로길 산책 코스는 '골목길'을 둘러보는 것이 특징이다.

1969년 세워진 동대문 동화시장은 옷을 만드는데 필요한 부자재를 파는 상가다. 부자재 위주의 상가라고 해서 번잡한 시장통을 연상한다면 오산이다. 계단, 방화문, 옥상 등 틈틈히 펼쳐진 귀엽고 예쁜 그림들이 구경하는 이의 즐거움을 더한다.

건물 안에는 700여개의 점포와 2000여명의 상인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상가에 판매되는 원단과 단추, 스팽글 등의 부자재를 구경하는 것도 새로운 재미다.

동화시장 구경 뒤에는 청계천을 따라 걷다 책방거리에 들러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팁이다.







▶ 서래 올레길



지하철 고속터미널 역 인근 서래 마을은 서울시내에서 프랑스 사람들의 조용한 삶이 느껴지는 마을이다. 프랑스 아이들이 다니는 프랑스 학교와 어린이 놀이터들이 가지런히 위치하고 있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을 수 있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이 곳에는 몽마르뜨공원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뻗어있는 서래 올레길이 있다. 서리풀 다리를 건너 위치한 올레길에는 야생화와 아름드리 나무, 그리고 흙길이 펼쳐져있는 '자연 친화적' 공간이다.

이름 모를 풀과 꽃이 즐비한 반포천 역시 특별한 산책코스다.

서래마을의 지명 역시 반포천이 야트막한 구릉을 타고 내려온 물이 서리서리 구비쳐 흐른다는 뜻에서 나왔다는 후문이다.

반포천은 1960년대 말 강남 개발로 악취가 진동하는 하수관으로 전락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지금은 맑고 깨끗한 옛 모습을 되찾아 시민들의 휴식지가 되고 있다.








▶ 낙산 공원 길


낙상공원길은 '예술인'들의 거리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ㆍ예술의 공간인 4호선 혜화역 대학로를 거쳐 서울 성곽 산책길로 오르다 보면 예쁜 그림과 조각 작품이 즐비한 이화마을이 등장한다.

이화마을은 2006년 소외지역 주민들과 예술을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벽면마다 컬러풀한 벽화를 그리거나 오르내리는 산책길 바닥에 재미난 미술품을 설치하며 탄생한 '예술마을'이다.

마을 중턱에 올라서면 저 멀리 북악산이 안고 있는 듯한 군락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화마을에서 그치치 않고 위쪽으로 더 올라서면 서울 성곽 산책길로 접어든다.

낙타의 굽은 등처럼 완만하게 솟은 낙산공원과 연결된 성곽길을 천천히 걷다보면 600여년 서울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길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메타세쿼이아길은 아무 생각없이 걸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850그루의 나무가 1km에 걸쳐 끝없이 심어져있다.

메타세쿼이아는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릴 만큼 공룡시대부터 지구상에 존재한 가장 오래된 화석 식물이다. 사람의 도움 없이 맑은 공기를 뿜어내는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를 걷고 있으면 저절로 머리 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름드리 나무를 올려다 보며 길을 걷다 보면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난지 연못이 등장한다.

거대한 쓰레기 산이엿던 난지도에 흙을 덮고 물을 빼내고 가스를 뽑아내는 정화작업 끝에 완성된 환경생태공원인 월드컵 공원 내에 위치한 난지 연못은 수생식물을 이용해 수질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 특징.

더운 여름 날에는 예쁜 모양의 음악분수가 보는 이의 흥을 더한다.






(자료제공 : 구지선의 '보통날의 서울 산책' / 넥서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